가톨릭 신앙 안에서 간호하기
[연대 간호대학 4년] 임인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10-02 오전 11:29:37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봤던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영화가 떠오른다. 여기에 나오는 찌찌라는 인형이 딱부리로 어딘가를 두드리면, 그 순간 세상은 멈추고 주인공인 폴과 찌찌, 그리고 친구들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마치 내가 폴이 된 것처럼 멈춘 세상을 뒤로하고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함 속에 잠긴다는 피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난 1박2일을 되돌아본다.
바쁘기만 한 학기 중에는 수업과 실습, 과제물만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내 주위를, 나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읽으신 걸까? 한국가톨릭간호사협회 선생님들의 든든한 후원 아래 도심 속 작은 수도원에서의 여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여러 가지 사투리가 어우러져 정겨움을 자아냈던 첫 만남의 시간. 우리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가톨릭'과 `간호'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처음의 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어느 새 작은 쿠키를 나누어 먹으며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신부님의 재치 어린 말씀에 연거푸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마음가짐이 새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지난 4년을 간호학생으로 지내오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가 간호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또한 머지 않아 간호사가 될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가톨릭 신자인 간호사가 될 것에 대하여 조금 더 특별한 사명을 느낄 수 있었다.
가톨릭 신앙을 실천하는 간호학생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는 둘째 날 그룹 토의를 통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친구들의 열띤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서 간호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간호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만 해도 정말 많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간호와 종교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간호와 종교는 결코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피정을 통해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더한 우리들은 더욱 반짝이는 눈빛을 담은 채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 모두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에게 역시 이번 경험이 삶 안에서 그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임 인 애(연대 간호대학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