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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간호사관학교] 황유진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4-24 오후 13:54:05

　나의 어머니는 간호장교였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군복이나 정복, 예복을 입고 찍으신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예전에 외갓집에 불이 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중학교 1학년 때까지도 어머니께서 군인이셨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어머니는 그저 웃으셨지만 한편으로는 도중에 전역하셨다는 아쉬움이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어머니께서는 오빠를 낳고 나를 임신하셨을 때 더 이상의 군 생활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역을 결심하셨다고 한다.

　가끔씩 부모님이 군인인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어머니께서 빛나는 계급장을 달고 계신 모습이 보고 싶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2차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에 갔던 날,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중령님께서 "네가 명숙이 딸이구나!"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기 때문이다. 면접이 끝난 후 나는 꼭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입교해 인자한 모습으로 반겨주셨던 그분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정작 국군간호사관생도가 됐을 때는 아쉽게도 다른 곳으로 전출 가셔서 만나볼 수가 없었다. 언젠가 늠름한 모습으로 성장하였을 때 그분을 뵙고 싶다.

　어머니는 내게 당신이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해줄 것을 강요하신 적은 없다. 사관생도가 된 후 간혹 지나가는 말씀으로 "별까지 가거라! 두 번째 한국 여성장군이 되어라!"라고 하셨을 뿐. 그러나 나는 그 속에서 어머니의 작은 소망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 속에서 용감하라고, 후회되거나 회의가 들더라도 그 책임은 스스로가 지는 것이라고….

　힘든 가입교 훈련을 마치고 정식으로 어머니 후배가 되던 입교식날 어머니를 만났다. 마치 계속 함께 있어왔던 것처럼 어머니와 난 그렇게 만났다.

　어머니!
　편한 것만 바래왔고 힘든 일은 피하려고만 했던 저에게 국군간호사관학교라는 곳을 알게 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그랬듯이 저는 이 곳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아가게 되고 소중한 가치들을 배워갑니다. 어머니께서 이겨내신 젊은 시절의 역경, 소박한 행복들을.

　저는 매일매일 똑같은 길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혼자라는 외로움은 없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한없이 존경합니다.

황 유 진(국군간호사관학교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