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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병원] 김선미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3-20 오전 10:53:57

우리 병원에서는 얼마전 신규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환자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병실에서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채 처치와 투약을 받고 식사를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 환자체험을 한다고 했을 땐, 하고 싶은 맘 반, 왠지 부끄러워서 하기 싫은 맘 반이었다. 학생 때 병원 소식지에 실렸던 간호사 환자체험 기사를 보고 참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간호사가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 서보지 않고선 그들의 불편함과 아픔 등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환자가 되어 관장, 침상에서 소변보기, 흡인 등을 해야 한다니 창피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병동에 올라갈 때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기도 했는데, 막상 환자 간호력 작성에 응하고 혈압체크를 하고 나니 점차 환자의 입원생활에 적응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다가오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병실에 자리가 없어 잠시 복도의 오버베드에 누워있게 됐는데, 해당 병동 수간호사 선생님이 왜 복도에 누워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면서 미안하다고 하여 기분 나쁜 것 없이 편안히 있을 수 있었다.

　6인실에 자리가 나서 들어간 나는 다른 환자분들과 잘 어울릴 수 있어 좋겠단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어쩐지 낯설기만 하고,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걱정도 앞섰다. 그래도 옆 환자에게 가볍게 나의 가상질환에 대해 천연덕스럽게 얘기를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내 가상역할은 1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은 후, 골절을 잡아줬던 금속판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해 있는 환자 역이었다.

　병실에 입실하자마자 내가 겪어야 할 체험들이 바로 시작됐다. 구강간호, 흡인, 관장, 목발짚고 보행하기, 휠체어타기 등등…. 흡인은 눈물이 절로 흐를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가 많이 해봤던 흡인이 이렇게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본간호시 조금 더 세심하게 간호했어야 했는데…' 하는 반성이 밀려왔다.

　그 다음 정말 고통스러웠던 건 청결관장! 신체의 일부를 노출해야 하는 고통도 있었지만 참아야 하는 고통은 더했다. 내가 환자를 대할때는 검사를 위해 참아야 된다고 단지 반복적인 말만 해왔는데, 입장이 바뀌고 나니 환자의 마음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매우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여러가지 체험들은 목발짚고 보행하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끝나서 가셔도 된데요" 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환자로서 생활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솔직히 더 있어도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생님들의 친절한 모습 때문이었다. 간호할 때마다 자상하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웠다. 나한테 특별히 잘해줘서가 아니길 하는 바람이었다.

　환자 체험을 하며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우리의 고객인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능숙한 간호나 전문적인 지식이 곁들어진 일률적인 설명보다는 그분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란 사실이다. 지식을 쌓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그들을 이해해주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체험을 하며 `역지사지'란 사자성어를 항상 마음속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늘 환자들 편에서 사랑 담은 간호를 펼치는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선 미(전북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