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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사하라 의료지원단] 김희경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9-26 오전 11:09:37

서부 사하라에 파병된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사실 나에게 이곳은 새로운 땅이 아니다. 1998년 9월 처음으로 사하라의 뜨거운 사막을 밟았다. 약속된 6개월간의 복무가 끝난 후 연장복무를 신청해 6개월을 더 보냈다.
　
연장복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내내 마음 한 구석에는 사하라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하라 의료지원단 16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이곳 사하라로 향했다.

　한여름 낮 기온이 섭씨 50도를 웃돌고 보이는 것은 이글대는 태양과 끝없이 펼쳐진 사막뿐인 서부 사하라. 오랫동안 스페인의 통치를 받다가 1976년 스페인이 철수하자 모로코가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사하라의 독립을 원하는 폴리사리오(서부사하라 해방전선)와 모로코간의 분쟁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유엔에서는 서부 사하라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하라의 독립 여부를 지역주민들의 선거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엔 선거지원단(MINURSO)을 파견했다. 단위부대로는 우리나라 의료지원단이 유일하게 파병돼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지원단은 1994년부터 6개월 단위로 총 16개진이 파병됐다.

　의료지원단은 간호장교 6명을 비롯해 군의관 및 수의장교 등 모두 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평시에는 유엔 선거지원단에게 1차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응급환자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상급의료시설로 후송하는 일도 우리의 역할이다.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 의료지원단에서는 중앙진료소와 전방진료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유엔요원들이 조금만 아파도 우리 의료지원단을 찾기 때문에 간호장교를 비롯해 단원 모두가 휴일 없이 24시간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

　전방진료소의 경우 간호장교 1명과 군의관 1명이 짝이 되어 2주 간격으로 파견된다. 매일 9개 팀사이트 지역 중 1개소씩 순회하면서 정전을 감시하는 옵서버 요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방지역에는 전갈과 혼바이퍼(뿔이 두 개 달린 독성이 강한 사막 뱀) 등이 자주 나타나는데, 유엔군들은 "한국의 의료지원단이 없으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사막으로 나가겠느냐?"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 때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뿌듯함을 느낀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사하라는 여전히 덥고 건조했으며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겨웠다. 하지만 사막지역 특유의 경관을 감상하고 이슬람권의 문화와 풍습을 이해함으로써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우리 간호장교들은 유엔군의 건강관리는 물론 각종 응급장비들을 점검하고 비상체계를 유지함으로써 우리나라 간호의 위상을 널리 떨치는데 힘썼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있어 간호장교의 참여와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하라를 비롯해 아프카니스탄에 간호장교를 파병해 세계의 평화유지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이 끝나지 않는 한 평화유지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극기를 달고 나이팅게일의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간호장교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