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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간호과학대학 연구원] 신수진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7-11 오전 10:11:20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던 지난 6월, 이화여대에서는 26∼29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제13차 세계여성건강연맹(ICOWHI·International Council on Women's Health Issues) 학술대회가 열렸다. 세계 40여 개국의 학계, 정부 및 비정부 기구의 여성건강 관련 학자 1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이번 대회는 세계의 석학과 실무진들이 대거 참석하는 흥미진진한 강의들로 짜여져 있어 대회전부터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의학계, 심리학계, 예술가, 법률가, 시민단체, 세계보건기구(WHO), 미 국립보건원(NIH)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세계의 저명한 학자 및 정부, 비정부 기구의 많은 관련자들이 참가해 여성건강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공유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성건강분야 전반에 걸친 주목할 만한 결과와 우리나라 여성건강 관련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표가 나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회에 참관하게 됐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여성건강과 정부, 여성건강과 정책 개발, 여성의 질병근원 탐색 및 심리적 대안, 여성건강의 윤리, 여성 폭력의 문제, 여성부양자의 부담감, 저소득 여성노인의 건강 및 학대, 여성건강 교육 프로그램, 국제기구와 여성건강, 여성건강의 페미니즘적 접근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국내·외 여성건강관련 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는 여성건강이 여성문제나 건강문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다학제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사회문제임을 감안할 때 매우 내실있는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었다.

　6월 26일에는 질적 연구의 대가인 Phyllis Stern 세계여성건강연맹 총재의 `Grouded Theory'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되어 그동안 관심있었던 질적연구의 근거이론적 접근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Paulin Mella 교수의 강연도 매우 인상 깊었다. 탄자니아 여성의 건강문제에 대한 발표를 통해 교육의 혜택이 부족한 여성일수록 건강관리를 위한 혜택에 접근할 기회도 적어 실제로 이들에게 절실한 문제가 여성건강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회 둘째 날에는 `미국에서의 21세기를 위한 여성건강연구'라는 주제 하에 미국 국립보건원 여성건강연구소장인 Vivian Pinn의 주제강연이 있었고 이 시간은 평소 관심이 많던 나에게 여성건강과 법적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어 `여성노인건강'에 관한 주제로 미국 뉴욕대학의 Terry Fulmer 교수가 주제강연을 했으며, `윤리적 및 법적 이슈에서의 여성건강'이라는 주제 하에 변호사인 Karen L. Brooks, 미국 국립보건원의 Gopal Sreenivasan의 주제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옆 건물에서는 간호이론의 대가인 Meleise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이 여러 사람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회는 되었지만 여러 강의를 모두 듣고 싶은 욕심이 앞선 나는 아쉬운 마음을 접기 어려웠다.

　28일에는 `여성건강의 연구 경향'이라는 주제 하에 호주 Christina Lee 교수의 강의가 있었고, 나이지리아 대사부인인 Agnes Odu의 주제강연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여성건강증진'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지역사회에서 여성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무자들의 발표가 있어 한국에서 여성건강의 입지를 굳히는 시간이 됐으며 역시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생각을 하며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27일과 28일 양일간에 걸쳐 다양한 연구에 대한 39개의 주제에 따른 110여개의 구두발표와 100여개의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관심주제를 찾아 논문발표가 있는 여러 방들을 바쁘게 찾아다니거나 포스터 발표논문 앞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주제를 논하고 난민사진 전시장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사뭇 진지해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학술대회 분위기에 한껏 빠질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concurrent session 중에서도 특히 대체요법을 실제로 시연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방이었다. 그 시간에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의 참여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도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6월 28일 저녁 드디어 바쁜 일정을 모두 접고 폐회식이 진행됐다. 신경림 교수의 `2020년 건강한 여성'이라는 주제강연과 함께 한국 여성 비정부기구의 `여성건강에 관한 선언문'이 낭독됐다. `여성건강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열렸던 대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NGO들의 여성건강 선언문이 낭독될 때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항상 거대한 힘만은 아니며 여러 목소리들이 한뜻을 내는 것이 진정한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장엄함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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