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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수정보건진료소장] 김연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5-16 오전 10:20:04

김 연 희(경남 마산 수정보건진료소장)

　경남 마산시보건소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과 사별가족이 꽃마을을 방문하게 되어 인솔자로 참석했다.
　충북 청주시 사천동에 자리한 `성모 꽃마을'은 말기 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호스피스 전문요원이 함께 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가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영적인 어려움을 함께 나눠 환자가 영원한 삶인 죽음을 평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성소주간의 날씨는 푸근했다. 회원 한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오는 바람에 출발이 다소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환자를 위해 사소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인지라 모두 잘 참아주었다.
　맑은 아침. 호흡을 가다듬고 호스피스 봉사자들과 그 가족을 위하여 환희의 신비를 묵상하기 시작했다. 정성되이 바쳤다. 묵주알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불러주시고 지켜주심을 감사하며….
　고통의 신비는 현재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분들을 위해 발현하시어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부탁하신 성모님을 생각하며 겸손되이 드렸다.
　지금은 희미하나 그때는 주를 마주뵈오리…. 주를 찬미하는 순간 일행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고운 하늘꽃처럼 보이고 나 또한 한 마리 꽃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 다니며 자유와 평화를 꿈꾸었다.
　예정대로 목적지에 도착하자 박창환 가밀로 원장신부님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담하며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꽃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20개의 침상이 있고, 방은 냄새 흡수와 통증완화에 도움이 되고 파리가 앉지 않는다는 옥미장으로 되어 있어 아주 쾌적해 보였다.
　미사를 봉헌한 후 입원 환자들을 만나러 갔다. 그들은 누구인가? 생명의 촛불이 꺼져가고 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오로지 죽음을 향하여 가야하는 것이다. 주님의 피조물. 빈손으로 태어나서 빈손으로 가야하는 우리. 이들 앞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 나의 주소를 본다. 무엇을 움켜쥐며 소유할 것인가?
　환자들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기도를 하거나 성가를 들으며 자유롭게 누워 있었다. 힘들어 앉아있는 환자에게 다가가 등을 만져줬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과 손, 발을 마사지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따져보면 우리와 다를게 무엇인가? 몸 속에 암 덩어리를 가지고 있음이 다를 뿐. 우리에게도 암세포는 다 있는데. 나는 얼마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내 가족은 어떤가?…
　시편의 나뭇잎이 한 장 한 장 가슴에 날아와 심중을 흔든다. 언제나 못다한 사랑이기에 부끄러울 뿐.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늘 부족함으로 목마른 자이기에
끊임없는 기도로 간청하나이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주여, 마음 쓰시옵고
그종락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주시나이까?
은 열악한 편이다. 유럽에서는 호스피스 시설을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국가가 죽음을 앞 둔 사람에게 돈걱정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지원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이 노후생활을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설립하지 않는 이유는 적자운영 때문이다. 국가가 호스피스 환자를 위해 예산을 대폭 늘릴 날은 언제나 올런지… 국민의 관심과 참여 또한 필요한데…
　무거운 마음을 기도로 달래며 저물어가는 서산 노을에게 이만 안녕을 고하며 하향했다. 삶을 향기로운 꽃처럼 피우려고 노력하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에게 쏟는 열정으로 주님께 숨은 재롱을 신나게 부리고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몸을 흔들어대는 내 마음속에서는 졸고 있던 사랑노래가 은은히 들려왔다.

말없이 사랑하여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잠자코 사랑하여라.
깊고 참되도록 말없이 사랑하여라.
변명하지 않고 네 마음을
사랑이 다스리는 왕국이 되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