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소 되찾은 아이들
베트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서울대치과병원 수술실 책임간호사] 유순용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5-02 오전 11:35:03

유순용(서울대 치과병원 수술실 책임간호사)
"이번 겨울에도 또 베트남 의료봉사를 가시나요?"
언제부터인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게 된 인사말이다. 1997년 '베트남 언청이 의료봉사'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선뜻 '예' 라고 대답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겨울까지 벌써 5년째 봉사팀에 합류하고 있다.
언청이수술을 많이 해오신 민병일 서울대 치대 명예교수님의 주도로 결성된 봉사팀은 서울대 치대 교수와 전공의, 그리고 간호사인 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 베트남으로 떠나던 날 서울은 동짓달 영하의 날씨여서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출발했는데 호치민시의 탄손 누트 공항에 도착하니 푹푹 찌는 무덥고 습한 날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공항은 간이역 같은 느낌이 드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공항 주변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시클로 운전사들이 수십명 늘어서 있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병원 앰뷸런스에 짐을 싣고 호치민시 총영사관을 거쳐 송베성(현 빈둥성) 숙소로 향하는데, 몇가지 되지 않는 물건을 내놓고 파는 노점상들과 거리의 이발사들이 마치 60년대 우리의 시골 모습을 연상케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임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어디론가 달려가는 수많은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행렬에 활기와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숙소는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복도에는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이 온통 진을 치고 있고 도마뱀이 방안 천장과 전화기에까지 기어다녀서 좀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이공강에는 야자수나무와 석양이 어우러져 남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다음날 송베성 병원에 도착해 수술할 환자들이 모여 있는 외래에 도착했다. 교수님들이 예진을 하는 동안 수술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무영등, 침대, Suction, Bovie 등을 점검하며 수술준비에 만전을 다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는 언청이어린이의 부모는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기회에 수술을 받고 정상에 가깝게 예뻐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마치 아이 엄마가 된 듯 기쁘고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동안 17명의 환자를 수술하고 마지막 날 환송식에서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병원 식구들과 식사를 했다. 아오자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정과 아쉬움을 나눴다.
그 다음해 두번째 의료봉사에 또 참여하게 되자 그곳 병원 식구들과 이미 낯이 익어서 눈이 마주치면 웃음과 함께 "짜-오"(Chao·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정도가 됐다.
그곳에도 남자 간호사가 있었는데 행동이 민첩하고 눈치도 빨라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모습에서 베트남 사람들의 강인하고 부지런한 국민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숙소 옆 시장을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쌀국수 '퍼'를 즐겨먹고 있었는데, 나는 향초 냄새가 익숙치 않아 먹지 못하고 빵 공장에 들려서 갓 구워낸 빵을 사서 들고 먹으면서 시장을 돌아보곤 했다. 싱싱하고 풍부한 생선, 육류, 과일, 젓갈 등을 사고파는 시장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와 비슷한 생활양식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에 도착하면 점심식사만 간신히 하고 하루에 3∼5명의 환자를 수술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진료가 모두 끝나면 일주일간 수술받은 환자들이 병원 앞 현관에 모여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수줍게 "깜 온"(Cam on·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병원 직원들은 떠날 때면 항상 내년에 또 올 수 있냐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환자들과 함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었다. 그들과 쌓은 도타운 정이 다음해에 또 오고싶은 마음을 만든게 아닌가 싶다. 지금 베트남에는 해마다 도로와 건물이 새롭게 생기고 있고, 그동안 봉사를 해오던 송베 인민종합병원의 시설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환자를 진료하던 병원도 방문한 적도 있다. 현재는 열대풍토병전문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병원에는 한국인에 인해 세워진 나이팅게일 동상이 있어서 무척 감명을 받았고 봉사심을 더욱 탄탄히 다지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봉사활동에 참석한지 다섯 번째를 맞은 2001년 지난 겨울에는 송베성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다섯번의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아이들의 이해와 도움이 큰 힘이 됐고 준비할 때부터 이모저모 챙겨준 병원 식구들, 함께 간 교수님들의 많은 배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