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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곡정신병원] 최 두 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12-27 오전 10:58:12

최 두 희(국립부곡정신병원 개방병동 수간호사)

정신과 개방병동 환자들과 병원 직원들 모두가 부곡하와이로 소풍을 다녀왔다. 사회 편견이라는 높은 벽을, 또한 환자들 마음속에 드리워진 벽을 허물기 위해서였다.

상태가 가지각색인 환자 40여명을 데리고 사람 많은 대형 유원지로 움직여야 했기에 내심 마음의 부담이 컸다. 그래서 사고를 염두에 두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치밀한 준비를 해야 했다.

환자들이 자칫 엉뚱한 싸움이나 하진 않을지, 먹고싶어하는 이들의 식성을 뭘로 다 채워줄지,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을지, 자존심 상해하면 어떡하나, 다치면 어쩌나! 온갖 걱정거리가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병원에서 불과 5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꿈에서만 가볼 수 있었던 그곳, 부곡하와이를 이번에는 온갖 방법을 다해 밀어붙이기로 결정하고 13년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편견 무너뜨리기' 시도에 돌입했다.

사회적응훈련을 위해 간호사 전원은 환자들과 함께 정글탕으로 향했다.

한참을 서로가 옷 벗기를 망설이고 있던중 어느 용기 있는 아줌마 간호사를 필두로 하나둘 알몸을 드러내자 모두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목욕수칙을 들은 후 정글탕에 들어간 환자들은 손을 치켜들고 와와! 환호성을 질러댔다. 너무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에 그동안의 모든 시름이 확 씻겨내리는 듯 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여덟 개의 탕은 전세라도 낸 것처럼 우리들이 다 차지했다. 탕 안에서 얼굴만 내놓고 재잘재잘 얘기하고 동굴 속을 다니며 떨어져 내리는 물도 맞고 찜질방에 드러눕기도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글탕을 나와서는 모두 반질반질한 얼굴로 각종 쇼를 보고 잔디밭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오락시간에는 서로 노래부르겠다고 나서며 주위를 의식하지 않은 채 즐거움이 이어졌다. 식물원, 동물원 등 부곡하와이의 넓은 가을 전경을 샅샅이 구경하고 해질 무렵, 기쁜 마음과 조금은 지친 몸을 안고 병원에 돌아왔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번 더 사우나를 할 수 있었으면….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는 명아님, "오늘은 감사와 감동이 젖어왔던 하루였다. 또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신나고 알뜰하게 시간을 보내고 올 것이다"라는 미향님 등 모두들 '하와이' 다녀온 소감이 대단했다.

소풍 일정중 환자들 모두 아무 사고 없이 잘 따라주었고 우리가 생각했던 염려들이란 한낱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정서와 유머가 살아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보다 더 성숙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우리부터 과감히 편견의 탈을 벗어 던지자. 이들에게 나타난 일련의 증상들을 편견으로 평가하지 말고 증상 따로, 인격 따로인 것을 알도록 하자. 날마다 더 깊이, 더 세심히 관심을 기울여 편안함을 제공하고 정상인과 같은 대우를 하며 사회에서 낙인찍히지 않도록 자존감을 불어넣어 주자.

개방 병동을 운영해오는 동안 환자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부여해 보니 더 밝아지고 안정되었으며 염려했던 사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소풍에서 우리 환자들은 정신질환자들도 사회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줬다. 이제는 우리가 생각을 바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