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페이지

[서울대병원 수간호사] 박승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7-26 오전 10:53:52

'다름'과 '틀림'은 정말 '다르다'.

다름은 '이것과 저것이 같지 않고 차이가 남, different'를 나타내는 말이다. 여기에는 사물의 개별성, 차별성, 다양성, 독특함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의 개성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해야하는 직업적 특성상, 간호사는 '다름=같지 않음'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다름과 틀림을 혼동해 '틀리게' 사용하는 예가 너무나 많다.

'틀림'은 '잘못됨, wrong'이다. 간호사는 틀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목숨걸고 노력해야 하는가? 예를 들면 간호사는 한번의 투약을 위해 무려 다섯가지나 틀리지 않고 바른가를 확인해야 한다. 바른 환자, 바른 약, 바른 용량, 바른 시간, 바른 경로인가를 말이다.

어디 약 뿐이겠는가. 피 한방울, 말 한마디, 몸짓 한번, 기록 한줄, 어느 하나라도 틀림이 없도록 앞뒤로 살펴야한다. 한번은 우리 간호사가 "이것이 틀려졌어요"라고 하길래 사고가 난줄 알고 화들짝 놀랐던 적이 있다. 알고보니 용량이 어제와 '달라졌다'는 것을 잘못 표현한 것이었다.

다름과 틀림이 혼동되게 쓰인다는 사실의 이면에는 어떤 비극성도 존재하고 있다. 나와 너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나는 옳고 너는 틀림, 즉 독선이 우리들 인식의 저변에 확산돼 언어의 혼란이 오게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전혀 '다른' 말이 '틀리게' 사용되다가 급기야는 '우리 사랑 틀려요. 특별하니까' 하면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을 노래하는 이도 생겼다. 자기네 사랑이 잘못돼 있는 것이 뭐가 그리 자랑스러워 노래까지 부르는 것일까? 정말 혼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언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간호사들이 쓰는 말들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나는 우리 병동 간호사들에게 한마디라도 틀린 말을 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그다지 잘 고쳐지지는 않는다.

녹음으로 인수인계한 내용을 간호사들이 그대로 받아쓰게 하여 틀리게 말한 부분을 스스로 고치게 한 다음 다시 수정해 주면서 잘못된 언어습관을 개선하도록 하는데 단번에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는 사회에서 노상 듣는 말 중에 잘못된 말이 너무 많아서 귀가 오염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언어 바이러스'가 퇴치되는 날은 정말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