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문학상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12-22 오후 15:25:55

　〈소설부문〉 예년에 비해 다소 뒤진다는 느낌이긴 했지만 내게 넘어온 11편의 소설을 읽는 재미가 각별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 글을 썼는가! 글 쓴 사람들에 대한 신뢰로 해서 그 얘기 하나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너무 감상적이고 진부한 소재라든가 구성이나 인물 만들기가 작품의 완성도와 아직 거리가 있다고 보인 글들을 뒤로 미뤄놓고 보니 다음 두 작품이 남았다.

　당선작 「회색 사나이」(김민아)는 자취를 감춘 친구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친구처럼 돌연히 자기와 결별한 남자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 그 능청이 놀랍다. 특히 기계문명의 시대 규격화하듯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가슴을 시니컬하게 서술한 그 심리 흐름의 디테일이 압권이다.

　가작 「엄마의 가출」(서지은)은 남편을 일찍 잃고 자식들을 어렵게 키워낸 엄마의 느닷없는 가출 사흘간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화자 〈나〉가 추적한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이야기 짜임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장에 좀 더 탄력과 긴장이 붙는다면 더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수호천사로서의 전문성 못지않은 글솜씨를 보여준 두 입상자에게 작가 탄생의 기대도 가져볼 만하다.

　〈수기부문〉 좋은 글이 좋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기는 자기 체험의 절실함과 그 진정성에 독자가 감동하는 법이다. 읽은 수기 18편 중 「거기 내 자리거든」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 「삶은 매순간마다 …」 등 네 편의 글은 우열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욕심을 낸 「삶은 매순간마다 …」와 죽음 앞에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삼박하게 그려낸 「하루」를 뒤로 미뤄놓기까지 뽑는 이의 갈등이 자못 컸다.

　당선작 「거기 내 자리거든」(박종녀 수녀)은 만년기의 아프고 외로운 수녀님들을 돌보기 위해 뒤늦은 나이에 간호대학에 들어가 겪은 이야기가 매우 재미있게 서술된 글이다. 내가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있다는 자랑보다는 그 과정에서 있었던 실수들을 통해 평생 사랑의 삶 실천을 위한 자기 만들기의 교훈으로 다짐하는 글쓴이의 진심이 읽는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주리라 믿는다.

　가작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박은화)는 호스피스 요양병원에서 같은 병으로 죽은 두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본 글쓴이의 생각이 진솔하게 서술된 글이다. 마지막 가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 〈가슴의 온기가 늘 식지 않기를〉 바라는 글쓴이의 진심이 가슴에 와 닿는다.

　뒤로 밀린 글들에 대한 미안감이 쉬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