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문학상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12-23 오후 16:14:52

홍정선(문학평론가, 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간호문학상'에 응모한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직업이 같기 때문에 체험이 유사하고, 체험이 유사하기 때문에 글의 내용도 비슷한 것이 많다. 이런 유사한 내용의 글들이 표현방식의 측면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일 때 심사는 무척 어려워진다. 특히 당선 여부를 가늠해야 할 5~6편의 작품들이 비슷한 수준일 때 심사하는 사람은 최후의 선택을 앞두고 난감해진다.

　〈시부문〉 김진호의 「52W-1」을 당선작으로 뽑고, 이혜영의 「강(江)」을 가작으로 뽑는다. 시적 표현의 세련됨에서는 가작인 이혜영의 「강(江)」이 당선작인 김진호의 「52W-1」보다 뛰어나지만 결정은 뒤바꾸었다. 그 이유는 다소 서투르게 말하는 듯한 김진호의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체험의 절실함과 신선함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생활을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가식 없이 진술해 놓은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충격적인 인식을 얻는다. 이 시에는 세련된 표현도, 교훈적인 이야기도, 그럴듯한 깨달음도 들어 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가 보여주는 또 다른 인간들의 세계는 충격적인 사실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반면에 이혜영의 「강(江)」은 기성시인의 작품에 비해 손색이 없는, 빼어난 언어구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런 점이 독자적인 시각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젖은 목숨을 말리고 싶었다”라는 첫 행부터 강의 이미지를 범상치 않은 수법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이 능력은 “안개 속에서 몸을 풀었지, 안개와 몸을 섞었지”와 같은 표현에서 다시 확인되지만 이 능력 속에는 시인 자신의 것만이 아닌 다른 선배 시인들의 능력이 교차하고 있다. 앞으로 「강(江)」과 같은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기성시인의 반열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수필부문〉 작품들이 고만고만한 수준이어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 공명수의 「환자 때문에 울어본 적 있나요?」, 김동숙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최선영의 「15초의 기적」, 김현아의 「날아라 병아리」, 배현영의 「성장일기」, 홍복순의 「진정한 간호는 사랑입니다」 6편을 두고 우열을 가리지 못해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이와 같은 사정 속에서 수필분야의 당선작으로 공명수의 「환자 때문에 울어본 적 있나요?」를 뽑은 것은 글의 구성력과 장면에 대한 묘사가 다른 사람보다 다소 나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뒷부분이 느슨하게 늘어나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이 수필의 흠이다.

　가작으로는 김동숙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뽑았는데, 그 이유는 이 수필은 앞에서 언급한 6편의 글 중 구성력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는 사람에게 가슴에 남는 느낌이나 감동을 주지 못하는 까닭에 가작으로 뽑았다.

　낙선한 사람들은 낙심하지 말고 좀 더 노력해서 명년을 기약해 주기 바란다. 뽑힌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생활 속에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는 응모자들에게는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