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문학상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12-20 오전 09:18:34

홍 정 선(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문학작품은 교훈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교훈적 성격이 모든 문학의 고유한 목적은 아니다. 문학작품을 읽고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고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문학이 오로지 교훈성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문학작품은 도덕 교과서와 동일해질 것이다.

　`간호문학상'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인생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사건과 자주 마주친다. 그런 만큼 이렇게 일해야지, 저렇게 살아야겠다, 나에게 부족한 점은 없는가 등의 반성적 질문과 마주치는 빈도수가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반성적 질문 그 자체가 시나 수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나 소설을 쓰고 싶게 만드는 동기일 따름이지 작품은 아니다. 그런 질문을 시나 수필로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적 표현방법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 부문〉 허은재의 「후문(後門)」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에는 화려한 수사도, 어려운 말도, 심오한 깨달음도 없다. 평범한 말을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지켜야 할 법도를 무리 없이 전달하는 모습이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 시를 통해 얻는, 무엇하나 새로울 것도 없는 교훈이,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는 것은 표현의 자연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시가 제시하는 풍경을 통해 저래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얻고 있는 것이다.

　가작으로는 장순양의 「밤」을 뽑는다. 이 시는 표현의 기교적 측면에서는 당선작보다 뛰어나지만 읽고 난 뒤가 다소 허전하다. `밤'이라는 견과류에 대한 묘사로는 탁월하지만 묘사가 연상시키는 삶의 깊이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기왕의 모범적인 시들이 보여준 언어구사의 틀을 더 강하게 이어받고 있는 후자보다, 독창적 발상이 좀 더 강한 전자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두 분 모두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수필부문〉 마지막에 작품의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없는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4편정도 남아서 심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수준이 비슷하다면 수필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 자신의 체험을 진솔한 언어에 담아 전달하는 작품을 뽑았다.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김영자의「밥상을 차리며」이다. 이 작품은 퇴직한 후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된 글쓰기를 밥상 차리는 일에 비유한 작품이다. 제대로 된 밥상이 그릇, 반찬, 위치 등에 대한 정성스런 관심에 의해 차려지는 것처럼 한 편의 좋은 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깔끔하게 잘 정리해 놓고 있어서 당선작으로 뽑는다.

　가작으로 뽑은 것은 한지영의 「후회」이다. 이 작품은 소망했던 국어선생이 되지 못한 후회, 보건교사로 살아가면서도 늘 간직했던 그 후회를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글쓴이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이름다운 꿈과 함께 문장 속에 은은하게 녹아 있어서 좋은 수필을 만들고 있다.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두 삶의 작품이 날로 발전해 가기를 빈다.

　뽑힌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응모자들에게는 더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