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문학상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1-08 오전 08:37:20

광복절을 포함한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은 평일인지라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전날 뉴스에서 본 정체된 고속도로의 그 많던 사람들과 차들이 사라진 도로는 전 국민이 대거 참가했던 휴가도,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방송국 카메라에 `V'자를 만들어 보이던 아이들도, 아들네랑 함께 보낸 휴가를 자랑하던 노인네도, 속초에서 서울까지 열 시간이 걸렸다고 투정부리던 청년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회색의 끝이 없어 보이는 아스팔트길만 영원으로 통하는 통로처럼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어쩌면 세상에 엄마와 나 단 둘이만 그 길 위에 남아 있는 듯한 묘한 착각에 가슴이 시려와 서둘러 라디오를 켰다.

　“휴가 후 자외선에 노출되어 거칠어진 피부 관리에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오이 마사지가 최고입니다. 오이를 강판에 갈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진행자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휴가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래, 우리도 휴가를 떠나는 거다….' 나는 속으로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면서 뒷좌석의 엄마를 백미러로 바라봤다. 엄마는 뒷좌석에서 쿠션을 안고 비스듬히 누워 바깥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에겐 얼마만의 외출인가. 그리고 이 외출을 준비하느라 난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웠고, 세워진 계획을 지웠고, 오빠에게 할 말을 밤새 중얼거렸다가 다시 취소하길 반복했던가. 연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차안의 시원한 공기 탓에 차창으로 스치는 산들이 싱싱하고 서늘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사람은 단절된 본인의 세계에 갇혀서 세상을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평생을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차안이 시원하니 푹푹 찌는 한 여름의 차창 바깥도 시원하다고 믿어버리는 것처럼.

　“견딜만 해요? 모처럼 외출하시니 기분 좋으세요? 엄마. 우리, 오빠네 집에 휴가 가고 있어요. 오빠는 엄마에겐…” 오빠는 엄마를 버렸어도, 엄마는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어쩌면 엄마가 살아야 할 이유 같은 존재였다. 난 뒷말을 꿀꺽 삼킨다. 엄마는 눈가에 애매한 미소를 보이면서 창가에 고정시킨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TV광고에서 어떤 남자가 말했다. “그냥 오래 살려는 게 아니고,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요”라고. 그 광고를 볼 때마다 난, 비웃어준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란 걸 그 젊은 남자는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 할 거라고…. 엄마도 건강하고 오래 사실 거라고 난 확신했었다. 적어도 삼년 전까지는.

　삼년 전 여름에 엄마를 모시고 백두산에 다녀왔다. 관광객 중 유일하게 비녀를 꽂고 계시는 엄마를 사람들은 의아하게 바라봤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저승에 가면 아버지가 못 알아보실 거라고 그 흔한 퍼머 머리 한번 하지 않으셨다. 물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짧은 머릴 하고 있지만.

　재수가 좋아야 맑은 날에 볼 수 있다는 관광안내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백두산 천지는 애국심이 별로 없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도 가슴이 뻐근해지는 감동을 주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엄마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비녀를 꽂은 채 사진을 찍었었다. 그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외국 나들이였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인생의 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내가 엄마에게 가장 잘한 일로 기록되는 일이기도 했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오던 그해 초겨울에 뇌출혈로 쓰러지던 날, 난 아직도 우리 형제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충무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서울 대형병원으로 데려온 엄마를 북새통의 응급실 바닥에서, 응급실 침대가 만원이어서 우린 세 시간을 바닥에 매트만 깔고 엄마를 내려다보면서, 쌀쌀한 초겨울의 응급실 맨 땅에서 밤을 지새웠다. 우리 모두 엄마가 죽지만 말고 이 세상에 그 어떤 모습이라도 살아만 계시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막내의 울부짖는 울음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저희 학교 공부시키느라 엄마, 고생만 하시고, 이제 제가 호강시켜 드리려고 하는데…. 엄마 꼭 살아야 해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크흑～”

　다음 날 엄마는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면서 암울하고, 길고, 힘든 외로운 여정이 시작되었고, 후유증으로 실어증과 오른쪽 편마비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의 소원대로 살아만 있어달라는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살아만 있어주면 효도를 할 거라는 맹세를 우리들 중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에서 만종분기점까지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바꾸어 타고, 남원주 IC를 빠져 나오면서 오빠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까지 운전을 하면서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차를 돌려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