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2-06-26 오후 13:35:57

2012년 2월 1일. 그토록 바라던 마음사랑병원에 입사하던 그날의 설렘을 또렷이 기억한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과 잘 해내겠다는 의욕을 갖고 일한지 어느덧 5개월이 됐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아 쩔쩔매는 나와 달리 능숙하게 일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선배님들처럼 유능한 정신과 간호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마음먹은 것과 달리 실수를 할 때가 많았다. 방금 생각한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인계를 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신입간호사들의 통과의례인 눈물을 쏙 빼는 꾸지람도 피해갈 수 없었다. 입사 첫 날의 포부와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늘어가는 건 한숨이요, 남는 건 좌절감이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환자들과의 관계였다.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만성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을 간호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돌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늘 긴장해야 한다.

하루는 환자 한 분 때문에 속이 상한 나머지 인계 중 눈물을 왈칵 쏟았다. `나는 정신과 간호사로서 자격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정신과적 증상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간호사가 오히려 눈물을 흘리다니, 능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선배님들은 내게 어떠한 시선으로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지 가르쳐줬다. 그 덕에 환자들의 문제를 이해하게 됐고, 관계도 나아졌다.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불안하고 서툴기 마련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성장할 수 있는 범위도 넓다고 말이다.

지금의 실패와 어려움은 나를 더욱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능한 간호사가 되기 위해 지금의 성장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높이 날아올라 도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