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3-26 오전 10:07:31

　간호사로서 강산이 몇 번 바뀔 정도로 일했지만, 난 간호사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늦게 깨달은 편이다. 누군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고 묻는다면 `선을 베푸는 삶'이라고 답할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친절과 감사를 베푸는 간호사라는 직업은 값진 보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많은 직업 중에서 선택한 간호사 생활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프로페셔널한 간호사의 첫째 조건은 아픈 환자와 가족들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마와 싸우며 감정의 폭풍에 휘말려 난파의 위기로까지 내몰린 그들에게 간호사는 등대지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나'보다는 `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필요로 하는 것이 간호사다.

　투명한 유리에 금이나 은을 칠해 거울을 만든다고 한다. 유리를 통해서는 바깥세상도 보이고 타인도 볼 수 있다. 내가 웃으며 손을 내밀면 상대도 내민 손을 잡아주며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나 거울을 통해서는 타인을 볼 수 없다. 거울 속에는 자신만 있을 뿐이다. 금이나 은으로 세상과 차단되면 아무리 찬란한 빛 속에 서 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만 존재할 뿐이다.

　간호사는 거울이 아닌 유리와 같이 살아야 한다. 타인과 더불어 존재할 때만이 자신의 가치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간호사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과 인간을 긍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반문해보자. 과연 나는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환자와 3교대 근무에 지쳐 푸념과 넋두리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환자와 보호자뿐만이 아니다. 동료와 선후배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관리자들은 팀원을 대할 때 장점을 발견하고 격려해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후배 간호사 또한 선배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인 경력과 연륜을 높이 사고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기를 권한다.

　좋은 향기를 가진 꽃은 누구나가 사랑한다. 세상과 사람을 긍정하는 자세로 아름다운 향을 품은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김현옥 (메리놀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