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춘추-지금 시작하자
이 현 아동문학가 (최현한방병원 간호실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8-08 오전 10:08:34

얼마 전 골목길 자동차 앞면에 붙어있는 수 십 마리의 하루살이를 본 순간 걸음을 멈췄다. 하루 날아오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물 속에서 기다렸을 텐데. 먹고 마실 입도 없이 종족번식만을 위해 태어난다는데 짝짓기는 했을까? 그날 밤 내내 하루살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78세를 넘어 80세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루살이에 비해 일 년이면 365배를, 78년이면 2만8470배를 더 산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간호사로, 딸로, 아내로, 엄마로, 친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불평과 불만 속에 그저 그렇게 지내고 있진 않은가.
내게 대학 시절은 암울 그 자체였다. 건강도 따라주지 않았고,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던지. 그제야 나는 한숨 대신 하늘을 봤고, 지금 간호사의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내원하는 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을 하는 건지, 인내심 테스트를 받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질병치료에 있어 의료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침을 가하고 싶지만 어찌하랴. 인생수업 한 학점 올라가는구나 생각하며 꾹 참는 수밖에.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 때문에, 햇볕이 쨍쨍하면 우산장수 아들 때문에 한숨짓는다는 옛 이야기처럼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만족은 없다. 고통과 슬픔을 날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삭히고 삭혀 그 의미를 찾아내면 감사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더 큰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이젠 생각을 바꿔보자. 하루살이도 유충일 땐 물고기들의 먹이로, 성충일 땐 곤충이나 새들의 먹이로 생태계의 먹이사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급수 이상의 깨끗한 수질 환경이 돼야만 살 수 있는 습성 때문에 수질평가를 위한 지표 종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도 뭔가 해봐야 할 것 아닌가.
내일? 미루지는 말자. 하고 싶으면 지금 시작하자. 사랑하고 싶으면 지금 사랑하고, 감사하고 싶으면 지금 감사하고, 용서하고 싶으면 지금 용서하자. 오늘 밤, 아니 뒤돌아서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길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