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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춘추-은행나무 사랑
한상순 시인 (경희의료원 수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7-18 오전 10:13:39


 경희의료원 앞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나는 출퇴근길에 날마다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면서 잎은 얼마나 자랐는지, 여린 연둣빛이 어떻게 빛나는 초록으로 바뀌는지 관찰한다.

 웬만큼 잎이 피고 나면 열매를 달기 시작한다. 가지마다 작디작은 열매가 조롱조롱 붙어있는 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웃음이 절로 난다.

 이때부터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른다.

 처음엔 개암만 하던 은행이 버찌만 했다가, 6월을 지날 땐 잘 익은 머루만 하고, 7월이 되면 청포도알만 해진다. 은행이 커가는 걸 보노라면 얼마나 신통한지 모른다.

 뿌리가 올려준 물을 그 많은 잎새들이 날라 어찌나 은행알을 고르게 먹이는 지 작은 놈, 큰 놈 없이 고루 반짝이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재미를 나만 보는 게 어찌 미안한 거 같아 퇴근길에 동행이 생기면 꼭 은행나무 아래서 멈추게 한다.

 그리고 “저 봐, 은행 열린 거 보이니?” 하고 묻는다. 대부분 “어디 어디?” 하면서 안 보인다고 한다.

 “저 가지 끝으로 주욱, 잎을 헤치고 봐, 어때?”

 “어머, 정말! 처음 본다. 어떻게 네 눈엔 잘 보이니? 시인은 다른가 봐.”

 나는 순간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 세상 어떤 나무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여린 풀잎, 작은 꽃, 배춧잎의 달팽이, 바쁘게 길을 가는 개미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 때문이리라.

 작은 것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보배로운 눈, 은행을 품은 엄마 은행나무의 대견함에 가슴 벅차고 박수를 보낼 줄 아는 동심의 눈이 있음에 늘 감사한다.

 여름으로 들어선 지금, 온 세상이 초록이다. 바람이 불어와도 초록냄새가 난다.

 오늘도 출근길에 내 맘속의 어린아이와 함께 은행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은행알이 어젯밤 비를 맞고 좀 더 통통해졌구나? 축하해. 이따 퇴근길에 또 만나자.”

 오늘 퇴근길엔 누구랑 내 사랑 은행나무를 만나러 갈까.

한상순 시인 (경희의료원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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