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3-14 오전 10:39:22

　속맹자(續孟子)에 보면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교자채신(敎子採薪)은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라'는 뜻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쓰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어떤 아버지가 하루는 아들에게 땔나무를 해오라고 하면서 물어보았다. “너는 여기서 백 보 떨어진 곳에 가서 해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 오겠느냐?” 아들은 백 보 떨어진 곳으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가까운 곳은 언제든지 가서 해올 수 있다. 하지만 먼 곳의 땔감부터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남아 있지 않겠니?”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고 먼 곳으로 땔나무를 하러 떠났다.』

　“병원이 힘들어요. 그만두고 좀 더 편한 곳을 찾고 싶어요.” 취업한지 채 1년이 안된 간호사들과 상담하면서 가끔 듣는 이야기다.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요즘 신규간호사들은 힘든 일을 잘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한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학생들과 상담해 보면 학점받기가 쉽고 교과내용이 어렵지 않은 과목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고, 힘들이지 않고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호하는 모습은 졸업 후 그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쉬운 것만을 쫓지 말고,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행동하라는 교훈을 주는 3000여년 전의 고사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원칙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학점관리가 쉬운 과목을 쫓아가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나갔다는 사실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미래지향적이고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는 간호사로서 양성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신규간호사가 독립적인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시간과 신규간호사로서의 시간들이 비단 전공공부와 새로운 일을 익히는 시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 속에서 인내심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백 보가 아닌 백 리를 떠날 수 있는 간호사로 태어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박명화 교수 (계명대 간호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