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2-14 오전 10:07:44

　아지랑이 아른거리고 물 오른 버드나무 가지가 마음을 설레게 하던 어느 해 봄. 몇몇 지인들과 봄맞이 하자며 예정 없이 남쪽으로 길을 떠난 적이 있었다.

　발걸음 가는 대로 가다 머문 곳은 충청도 어느 조용한 도시의 작은 언덕에 자리한 `허브동산'이었다. 여린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들꽃 같은 수많은 허브들을 보았다. 제각각의 이름과 특성을 가지면서 애잔한 더러는 투박하기도 한 자태 그리고 숨을 쉬는 듯 미소를 머금은 듯 부끄러운 모습의 허브들이 숨결을 녹이고 향기로 남아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고 치료해 준다니, 그 작은 꽃떨기와 이파리에 숨겨진 비밀이 신비롭고 오묘하게 느껴졌다.

　허브차 한 잔을 손에 들고 무슨 맛인지 느껴보려고 입 안 가득 머금으며 꿈결 같은 기분으로 풀과 꽃밭 사이를 누볐다. 그리고 햇볕 따스한 창가에 앉아 보기에도 아까운 허브 꽃을 얹은 비빔밥을 먹었다.

　그 후로 허브를 이용한 보완대체요법인 아로마테라피 향기요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허브 사랑을 키워왔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아로마 오일들과 친숙해졌다. 통증관리와 불안감소를 위한 간호중재법으로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손 마사지를 적용하고, 학생들 기본간호 실습시간에도 활용했다.

　아로마 비누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Do It Yourself) 실생활에 응용해보니 참으로 좋다는 느낌이 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 학생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생들과 열심히 비누, 로션 등을 만들어 축제 때 사용하고, 매주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가 아로마오일을 이용한 손 마사지 봉사활동도 했다. 해외 학회에 참가하면서 아로마와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아로마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하면서 아로마 마니아로서 풍요로움을 누리기도 했다.

　요즘도 어스름녘 대학 뒷산 계양산 기슭에서 진하게 내려오는 마른풀 향기를 맡으면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개나리가 손짓하는 4월이 되면, 오랜 벗들과 열 일 제치고 허브 비빔밥을 먹으러 길을 떠나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