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화산보건진료소장] 변묘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9-07 오전 09:48:46

　패션.문화.예술 등 그 분야에서 최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도시,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긍심을 느낀다는 도시 뉴욕에 다녀왔다. 뉴요커의 일상 엿보기를 이번 여행의 테마로 정하고 센트럴파크 옆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을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었다.

　테러 때문에 놀란 가슴이기도 하겠지만 입국심사대에서 곤충 더듬이처럼 생긴 목이 긴 카메라를 눈 가까이 대고 무슨 표본을 들여다보듯 얼굴을 관찰하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을 보니 기분이 언짢아졌다.

　연일 보도됐던 뉴욕의 살인적인 폭염을 걱정했으나 숙소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대형 오븐과 각종 요리도구가 준비되어 있는 공동부엌을 봤을 땐 한국에서 좀 다양한 요리재료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그랬더라면 한 판 멋지게 한국요리를 만들어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맛을 소개할 수 있을 텐데 하고.

　동행한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센트럴파크를 돌아보았다. 운동과 건강은 이 시대 최고의 이슈이듯 곳곳에 나름의 운동을 즐기는 뉴요커들로 공원은 한 여름의 신록만큼이나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꾸준히 운동한 듯한 사람들의 몸매는 역시 건강하고 탄탄해 보였지만, 여행 중 보았던 휴게소 곳곳의 화장실 입구에 비치된 체중계는 이 나라의 비만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고도비만의 사람들이 시내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특히 젊디젊은 사람들이 관절장애로 지팡이를 짚고 겨우겨우 걸음을 떼는 것을 보니 비만은 역시 무서운 질병임에 틀림없었다.

　한 입 베물기도 어렵게 몇 층으로 쌓아 올려진-다소 무겁기 조차한-커다란 햄버거를 쥐어 보니, 오랜 세월 이런 식문화에 노출되어 왔다면 누구라도 비만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때문에 채소와 다양한 발효음식이 근간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 다이어트식인지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은 다이어트 광풍에 휩싸여 식욕과 몸무게 사이의 갈등 속에서 오늘 저녁 한술 더 떠먹은 밥이 겁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삼시 세끼 한식을 중심으로 식사를 한다면 비만은 남의 나라 걱정거리쯤이 되지 않을까?

변 묘 숙(울산시 화산보건진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