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대한적십자사혈액관리본부] 김기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6-08 오전 10:21:05

아주 어렸을 적, 바람이 스산하게 불고 달빛도 구름에 가려진 캄캄한 밤에 외출을 하게 되면 갑자기 뛰쳐나올지도 모르는 드라큘라를 연상하며 옴 몸을 떨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체육시간이나 운동회에서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달리다보면 때로 무릎이 깨지고 피를 흘려야 하는 고통은 당연히 감내해야했다. 앞으로 엎어지거나 친구와 부딪치게 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코피를 불안해했다.

어린 시절, 신체로부터 피가 방출된다고 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커다란 공포로 생각됐고 항상 머릿속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공포로만 느껴졌던 피가 헌혈이 가능한 연령인 16세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피'라는 단어를 `헌혈'이라는 경험을 통해 `사랑'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기억하게 된다.

혈액의 소중함과 필요성은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헌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생명을 구하는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생명 나눔이 헌혈이다.

또한 사회 공헌을 중요하게 여기는 각종 기업이나 회사, 단체, 학교 등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헌혈을 채택하고 있어 이웃을 사랑하는 헌혈문화가 날로 정착되고 있다.

혈액사업 통계에 의하면 올해 1/4분기 헌혈자는 모두 56만3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만6485명에 비해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헌혈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2005년 1/4분기의 8만8730명 보다 28.9% 늘어난 11만4425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반면 남성헌혈자는 44만5968명으로 전년도 동기간의 41만7755명 보다 6.7%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성 헌혈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즈음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여성들이 과거와는 달리 헌혈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고 있으며 모성애, 아줌마 기질, 여성 특유의 진한 사랑의 감성이 헌혈이라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혈액정책은 국내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자발적인 헌혈로 충당하고 안전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헌혈자들이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는 등록헌혈제를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전국의 간호사들이 `1년에 1회 이상 헌혈하기 약속'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 전국의 헌혈 현장에는 750여명의 간호사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엄청난 횟수의 헌혈을 실천하고 있고 장기기증에도 앞장서고 있다.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며 국민 건강증진에 앞장서고 있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건강한 생명체를 나누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김기정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헌혈홍보팀장/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