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9-25 오전 09:18:31

사상 초유의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깊다. 무자비한 태풍은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갔고, 보건진료소 곳곳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상실의 아픔을 뒤로 한 채 수재현장에는 재기와 복구를 위한 손길이 한창이다. 무엇보다 이웃의 아픔을 내 일처럼 나누며 힘을 모으고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용기가 솟고 희망이 넘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자원봉사자 저변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10명중 1.6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선진시민사회를 이루는 원동력이며, 삶의 풍요를 더해주는 값진 문화생활이다.

　이러한 때 사랑과 봉사를 소명으로 하는 전문직 간호사들에게 주어진 책임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우리 간호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 헌신해 온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시대 항일운동부터 한국전쟁, 4·19 등 격동의 현장마다 국난 극복의 밑거름이 되어왔다. 평소 자신이 위치한 분야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묵묵히 온정의 손길을 나눠주고 있는 간호사들 역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한간호협회는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간호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물론 사회적 편견이나 재해 등으로 인해 소외받고 상처받은 모든 인간을 돌보기 위해 실천하고 참여하는 전문직임을 재확인하고 국민 건강의 옹호자로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옹호자 역할의 근본 철학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의미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데 있으며, 이는 자원봉사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옹호자 역할을 실천하는 첫 출발로 간호봉사대장정을 통해 국민들 곁으로 찾아가 함께 호흡하는 따뜻한 봉사를 펼친 바 있다.

　이제는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을 위해 손을 내밀고 작은 정성을 보태기 위해 간호사들이 달려가야 할 때다.

　또한 앞으로 간호사들의 전문직 위상에 걸맞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지식인·지도층이 가져야 하는 도덕·사회적 책무와 자기희생)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간호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힘써야 한다.

　실천하는 간호의 힘찬 생명력이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간호를 만드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