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7-18 오전 09:21:52

　간호사의 윤리 불감증이 빚어낸 일련의 사건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회용 자가통증조절기를 소독해 재사용하면서 부당 청구를 하고, 암환자용 진통제를 몰래 빼내어 판매한 믿을 수 없는 일이 간호사에 의해 저질러졌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음주 운전한 병원 직원을 돕는다며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위해 채혈한 혈액을 바꿔치기 하는데 가담한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세 사건은 모두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불신을 남겼다. 연루된 간호사들은 인생의 파멸을 자초했으며, 동료 간호사들에게는 충격과 상처를 주었다. 결코 19만 간호사 중 그저 한 두 명이 벌인 불미스러운 실수로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은 물욕과 그릇된 인정에 눈멀어 스스로 공적인 원칙과 도덕적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전문직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며, 엄격한 윤리 규범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에게는 그 어떤 전문직보다도 철저한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간호사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윤리적 책무를 성실히 다해야 하며, 반드시 원칙을 지키고 올바른 판단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일깨워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의 간호는 위기에 놓여 있다. 국민들의 불신이 더 이상 증폭되기 전에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비록 부끄러운 상처지만 솔직히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환부는 깨끗이 도려내고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하며,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데 힘써야 한다.

　최근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 간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간호 윤리를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간호대학과 간호현장에서는 가슴에 담아 두고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윤리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한간호협회 차원에서는 간호사들의 윤리의식을 수준 높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자율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가 고도의 직업윤리로 무장된 전문직으로, 진정한 국민 건강의 옹호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노력해야 한다.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