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김옥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12-21 오전 09:15:58

　내가 일하고 있는 임직원 클리닉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뜨개질 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한창 더 빨라진다. 한여름의 열기가 미처 가시기도 전인 8월 말경에 우리들의 특별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이름 하여 `사랑의 담요 만들기'. `Covered with Love'라는 주제로 담요나 모자를 만드는 일이다. 선물이 돌아갈 대상은 크리스마스에도 퇴원하지 못하는 소아병동의 아이들, 조산아 중환자실로 정했다.

　보통 이곳에서는 40여명 이상의 아주 작은 생명들이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다. 작게는 주먹만 한 오렌지 크기의 아이들로부터 5파운드 미만의 신생아가 있는데 이 체중 미달 꼬마들에게는 그렇게 큰 담요가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임직원 클리닉 직원의 총 수가 열 명 미만이어서 필요한 양을 채울 수 있을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주먹 크기의 머리에 맞을 모자를 만들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사무직원 한사람은 모자를 만드는 중 중간에 오렌지에다 씌워가면서 마무리를 했다. 담요의 크기도 복사용지 한 장 만 한 것에서 정상 아동의 것에 비해 반 정도면 된다.

　손놀림이 빠른 간호사 페트리샤가 혼자서 모자를 포함해 담요 30세트를 지난 주말에 완성해 나머지 직원들의 기를 죽이기도 했지만, 모두들 합심해 코바늘뜨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에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산타 모자를 만들고 있는 크리스는 빨간 실과 흰 실의 배합에 꽤나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색상 배합의 기술이 돋보이는 작품은 작아서 더욱 앙증맞고 보드라운 감촉이 갑절이나 되는 듯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 사랑의 담요 프로젝트를 내가 제안하기는 했지만 나만의 고유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연초에 뉴저지 어느 가톨릭병원의 자원봉사자가 일년 내내 소아과병동의 아이들을 위해 뜨개질을 한다는 기사를 의학전문지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또 한 번 이곳 미국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수고, 그리고 광범위한 그 영역에 대해서 놀라고 말았다.

　병원마다 자원봉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이고 그들이 담당하는 부서도 매우 다양해졌다고 한다. 잘 길들여진 애완용 개를 데리고 와서 환자가 부드러운 개의 털을 만질 수 있도록 해주는 `Pet Therapy' 같은 이색적인 봉사자도 있고, 부모가 없거나 또 자주 면회를 와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해를 꼬박 뜨개질이나 코바늘뜨기로 아이들의 옷이나 모자 담요 등을 만드는 숨은 봉사자들이 있는 줄은 몰랐었다.

　`Covered with Love' 프로젝트를 시작 한 후에 같은 과 직원들의 유대감이 훨씬 깊어졌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소식을 접한 몇몇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내년에는 같이 참석하고 싶다며 격려해주니 흐뭇한 기분이다.

　요양원의 노인들에게도 자그마한 담요는 시린 무릎을 덮어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숫자가 부쩍 늘어난 뉴욕 근교 한국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세모도 양털 담요처럼 따뜻하길 기대해본다.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