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김옥주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7-20 오전 09:31:12

지난달에 다룬 주사바늘 찔림 사고에 버금가는 간호사들의 고민 중 하나는 투약오류이다.

업무 수행 중에 일어나는 산업재해는 피해자가 간호사 자신이지만, 투약오류(Medication Error)는 환자가 불이익을 당한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오류를 범한 간호사는 자신을 용서하기(Forgive Yourself)가 쉽지가 않다. 이는 내 개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들도 거의 비슷하다.

나는 짧지 않은 이곳에서의 간호사 생활 중에 두세 번의 투약오류를 경험했다. 가장 최근의 실수는 MMR(Measles Mumps Rubella) 백신을 간염예방백신이 필요한 직원에게 주사한 것이었다. 두 백신은 같은 냉장고에 들어있었는데, 그만 다른 바이알(Vial)을 집었던 것이다. 다행히 MMR 백신은 한 번 더 접종해도 내과적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은 위로가 됐다.

하지만 작년 겨울 내내 나는 그 일로 자신을 용서하는 연습을 많이도 했다. 담낭수술 후 병가를 받아 쉬다가 다시 출근한 첫 날 그렇게 되었기에 주위 동료들이 Big Deal 아니라고(큰 일이 아니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 위로해 주었지만, 쉽게 훌훌 털어버릴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중환자실에서 한 동료는 소수점을 잘못 보고 모르핀을 10배 이상 투약했고, 헤파린을 근육주사 대신 정맥주사로 준 경우도 있었다. 알약(정제)인 경우 투약오류가 상당히 잦다는 보고가 있다.

정맥, 근육, 구강 투약을 합해 콜로라도주와 조지아주에서 나온 한 통계는 꽤나 위험 수준이다. 300병상 이상을 갖춘 병원 36곳을 통괄한 투약오류는 하루 평균 40건 이상 됐다고 한다. 대략 5회 투약량(5 Dose)에 한 번 꼴이라고 한다. 이중 7% 가량은 위험 잠재력(Potentially Harmful)이 있는 약물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작은 투약오류라도 그냥 넘기는 사례가 없다. 내가 일하는 이곳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에서는 담당 수간호사가 보고서(Incident Report)를 작성하고 본인이 서명을 한다. 환자에게는 알리지 않지만 담당의사에게 보고한다. 투약의 위험도에 따라서 수습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은 수간호사와의 미팅을 통해 주의를 받는 `구두 컨퍼런스'로 끝난다. 하지만 항혈전제 같이 위험한 약일 경우는 그 약물에 대한 소규모 세미나(병동 중심)를 주관해야 한다. 작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이지만 실수를 한 당사자는 그 약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어떤 면에선 동료가 한 실수로 인해 온 병동 간호사들이 자기의 지식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돼 유익한 면도 있는 셈이다.

보조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에게 설령 모르핀을 주었다고 해도 간호사 개인에게 그 환자의 회복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비방하는 투의 행정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인간이며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기에 그러하다.

또 의료행정상 간호사들의 실수는 그 의료기관이 궁극적인 책임을 지고 있기에 그렇다. 법적인 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간호사 자신이 본인에게 내리는 벌, 즉 죄책감과 후회 같은 것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투약을 할 땐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일어난 실수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자기 용서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원고에서는 투약오류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