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

[웨스트체스터메디컬센터] 김옥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7-07 오전 09:31:36

저명한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op Organization)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 내 21개 직업 중에서 간호사가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그 보고서를 생각하면 엔돌핀이 꽤나 상승하는 기분이다.

갤럽은 각 직업군의 정직성과 윤리성(Honesty and Ethics Poll)에 대한 여론조사를 101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통해 실시했는데, 간호사가 단연 4년 연속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이는 우리 모든 간호사들의 심장 박동을 쿵쾅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아울러 피곤한 다리와 머리가 팽그르르 돌 듯한 중환자실의 스트레스와 씨름하는 간호사들의 Vital Signs을 최정상으로 올리는 일이 될 것이다. Vital Signs은 대부분 의학용어로 쓰이지만 일반어로 사용될 때 `시대가 주는 미래 암시적인 의무와 책임'의 뜻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그 점에서 우리의 임무 또한 막중하다.

갤럽이 1999년 첫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간호사는 9.11테러가 있었던 2001년 한 차례 소방관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1위를 지켜왔다고 한다.

참고로 2위 초등학교 교사, 3위 약사, 4위 군 지휘관, 5위 의사, 6위 경찰관, 7위 종교지도자, 8위 법관, 9위 유아원 선생, 10위 은행원의 순이다. 항상 상위권에 맴돌던 소방관은 9.11테러 이후에는 훨씬 뒤로 물러나는 이변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이 정직과 윤리성에는 꽁무니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심성이란 머리가 검든 눈이 파랗든 간에 별나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보게 된다.

간호사가 정직하며 바른 윤리관을 가진 직업으로 사회에 골고루 인식되고 있는 것은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기에 그러하다고 필자는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정직하다는 통계가 있고 간호계는 거의 여성이 독점하였기에 나온 결과는 아닐지. 교통법규 위반자에 남성이 월등히 많고 중범자의 비율도 남성이 여자를 웃도는 상황 등은 이곳 미국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기에 그러하다. 또한 여성은 지배의식이 강한 남권위주 사회에 길들여져 오래 살았기에 복종의식(Submissive)과 모성애의 심리도 한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없지 않다.

남성 간호사들께는 조금은 죄송스런 언급이긴 하나 그 비율이 워낙 적은 이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의 270만 가까운 간호사의 5.7%만이 남성 간호사인데 한국은 그 보다 훨씬 낮은 수치리라 본다.

서양이나 한국이나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자주 묻는 문구가 있다. “우리 강아지, 나중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되려나?”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대답은 대통령, 법관, 의사, 변호사, 교수 등등 힘 있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직업을 차례대로 나열한다. 젊은이가 우선은 꿈이 커야 되겠지마는 권력과 황금의 척도만으로 훌륭한 사회인을 가늠하겠는가?

루윈스키 백악관 인턴 사건으로 옥의 티를 남기긴 하였지만 돋보이는 지도력으로 8년의 임기를 마친 전 클린턴 대통령의 어머니는 간호사 출신이다.

아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킨 서양판 `맹모삼천'의 본보기이다. 대통령 취임 선서식 중계방송을 보면서 그 훌륭한 간호사 어머니 덕택에 잠시나마 나의 어깨도 우쭐 올라갔던 적이 있다.

설사 장래 희망을 `간호사'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드물다 한들 우리는 이미 진정한 천사들로 사회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갤럽 통계는 지구촌 구석구석의 따뜻한 백의천사의 손을 높이 들어주었다.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