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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통신-통증관리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편집국] 김옥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6-16 오전 10:45:51
의료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 환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더없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대이다. 환자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더라도 이미 질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신세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픔을 치르는 장본인이다. 그 환자의 통증에 관한 일차 방어선이 우리들 간호사임이 틀림없기에 특별한 관심과 사명감 그리고 정확한 임상관리가 뒤따라야 마땅하리라 믿는다.
우선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히스토리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통증의 양상은, 신체의 어느 부위인가, 패턴이 있는가, 환자의 생활과 활동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사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 등등의 질문은 기본간호학 어디에나 나오는 문구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아픔이 나의 마음에 와 닿는 이해심에서 진정한 치료효과가 시작되지 않을까? 어릴 적 끊어질 듯이 아프던 배도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명약으로 효험을 보았듯이 이곳 서양인에게서도 같은 효험이 있음을 자주 본다. 나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으면 될수록 그 환자의 침대에 앉아서, 그것도 가까이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대화를 한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눈길이 맞닿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말을 나누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에티켓이기에 처음 몇 년은 적응이 필요했었다.
입원환자들의 방에는 통증 스케일이 A4 크기로 제일 잘 보이는 벽면에 붙어 있다. 외래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곳에도 있고 직원들의 의료를 책임진 임직원 클리닉까지도 방마다 이 스케일이 있다. 차트에는 0에서 10까지 숫자 밑에다 0=No Pain, 1～2=Mild Pain, 3～4=Moderate Pain, 5～7=Severe Pain, 8～9=Very Severe Pain, 10=Worst Pain으로 분류돼 있다.
간호사는 의무적으로 환자에게 "통증이 있습니까? (Do you have pain?)"라고 물어야 된다. 중환자실이나 일반병동, 외래, 회복실 등등 어느 곳이든 예외 없이 의료기록의 제일 첫 장에는 통증의 강도를 기록하고 RN이 사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의료정책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유도 질문을 하도록 한 것인데 그 만큼 통증관리가 철저하다는 증거이다. 간혹은 통증관리가 필요 이상 주목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잘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정서에 견주어 볼 때 이곳 서양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이 모자란다. 그래서 환자가 Patient(인내)로 표기되지 않았나 하는 나름대로의 추측도 해본다.
최근 몇 달째 나는 임직원 클리닉에서 의료기록을 컴퓨터로 세분화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법정전염병과 결핵반응을 매년 체크하는 것이 주 정부에서 요구한 사항이라서 이곳에서는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각각 한 명, RN 두 명, 서무직원 세 명이 3000여명의 임직원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루는 동료 패트리샤가 두툼한 차트를 꺼내더니 빨간색으로 굵게 쓰인 `Fainter(기절하는 사람)'라는 첫 장을 가리키며, `피를 뽑을 때는 반드시 간이침대에다 눕혀야 되는 직원'이라고 일러준다. 지금은 의젓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몇 년 전에 처음 채혈을 시도하자 의자에서 완전히 실신한 사람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늘만 봐도 부들부들 떠는 사람, 중년이 지난 병리실 직원은 팔을 내밀면서 구슬만한 눈물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나 보채며 엄살이 많은 환자들은 아무래도 신경을 더 써야하는 그룹이다. 하지만 빠른 발걸음을 옮기는 간호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 그대로 인내하는 나의 환자는 없을런지.
오늘은 나의 걸음을 한 박자 늦추어 보면 어떨까?
우선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히스토리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통증의 양상은, 신체의 어느 부위인가, 패턴이 있는가, 환자의 생활과 활동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사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 등등의 질문은 기본간호학 어디에나 나오는 문구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아픔이 나의 마음에 와 닿는 이해심에서 진정한 치료효과가 시작되지 않을까? 어릴 적 끊어질 듯이 아프던 배도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명약으로 효험을 보았듯이 이곳 서양인에게서도 같은 효험이 있음을 자주 본다. 나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으면 될수록 그 환자의 침대에 앉아서, 그것도 가까이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대화를 한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눈길이 맞닿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말을 나누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에티켓이기에 처음 몇 년은 적응이 필요했었다.
입원환자들의 방에는 통증 스케일이 A4 크기로 제일 잘 보이는 벽면에 붙어 있다. 외래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곳에도 있고 직원들의 의료를 책임진 임직원 클리닉까지도 방마다 이 스케일이 있다. 차트에는 0에서 10까지 숫자 밑에다 0=No Pain, 1～2=Mild Pain, 3～4=Moderate Pain, 5～7=Severe Pain, 8～9=Very Severe Pain, 10=Worst Pain으로 분류돼 있다.
간호사는 의무적으로 환자에게 "통증이 있습니까? (Do you have pain?)"라고 물어야 된다. 중환자실이나 일반병동, 외래, 회복실 등등 어느 곳이든 예외 없이 의료기록의 제일 첫 장에는 통증의 강도를 기록하고 RN이 사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의료정책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유도 질문을 하도록 한 것인데 그 만큼 통증관리가 철저하다는 증거이다. 간혹은 통증관리가 필요 이상 주목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잘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정서에 견주어 볼 때 이곳 서양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이 모자란다. 그래서 환자가 Patient(인내)로 표기되지 않았나 하는 나름대로의 추측도 해본다.
최근 몇 달째 나는 임직원 클리닉에서 의료기록을 컴퓨터로 세분화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법정전염병과 결핵반응을 매년 체크하는 것이 주 정부에서 요구한 사항이라서 이곳에서는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각각 한 명, RN 두 명, 서무직원 세 명이 3000여명의 임직원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루는 동료 패트리샤가 두툼한 차트를 꺼내더니 빨간색으로 굵게 쓰인 `Fainter(기절하는 사람)'라는 첫 장을 가리키며, `피를 뽑을 때는 반드시 간이침대에다 눕혀야 되는 직원'이라고 일러준다. 지금은 의젓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몇 년 전에 처음 채혈을 시도하자 의자에서 완전히 실신한 사람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늘만 봐도 부들부들 떠는 사람, 중년이 지난 병리실 직원은 팔을 내밀면서 구슬만한 눈물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나 보채며 엄살이 많은 환자들은 아무래도 신경을 더 써야하는 그룹이다. 하지만 빠른 발걸음을 옮기는 간호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 그대로 인내하는 나의 환자는 없을런지.
오늘은 나의 걸음을 한 박자 늦추어 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