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편집국] 정규숙   kschung@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0-11-23 오전 09:26:37

한국 간호계의 대원로 홍옥순 여사(84세·미국 뉴욕 거주)께서 뇌졸중으로 인한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대한간호협회로 보내왔습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 간호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 있는 4통의 편지를 묶어 정리해 싣습니다. 홍옥순 여사는 1946년 대한간호협회가 한국인만으로 구성돼 새롭게 출범했을 당시 초대회장으로 선출됐고 이후 6·7대 회장을 지냈으며 나이팅게일 기장을 수상하신 분입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전국간호사대회 참석차 귀국했을 때의 모습. [편집자 주]

대한간호협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두들 평안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에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적습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16일 급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치료 후 퇴원은 했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성대가 마비되었으며 연하작용이 곤란한 후유증이 남았지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믿음과 의지를 갖고 재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혼자서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거의 건강한 일반인과 같이 생활하고 있으며 혼자 걸어서 자유롭게 산책도 하고 쇼핑도 즐기면서 그야말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목소리도 트였고 요즘은 발음교정을 위해 맹연습 중이랍니다. 하지만 음식은 여전히 삼킬 수 없어 튜브 피딩(Tube Feeding)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튜브 피딩이긴 하지만 아주 편한 방식으로 제 스스로 원하는 음식물을 주입하고 있고 영양상태도 아주 양호하답니다. 그리고 식사시간은 언제나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환자라고 해서 격리된 생활을 하다보면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늘 가족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습니다. 가족들은 그들 방식대로 식사를 하고 저는 그 곁에서 제가 먹을 음식을 직접 갈아서 액체로 만든 다음 튜브로 주입하고 있지요. 식사가 끝나면 음식 주입기구는 제 손으로 깨끗이 씻어 보관한답니다.

지금은 딸네집에서 함께 살며 도움을 받고 있지만 곧 저의 아파트로 돌아가 자립할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독서도 하고 수공예품도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답니다.

완전 독립생활이 가능해지면 그동안의 재활과정을 자세히 정리해 기록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재활 경험담과 함께 집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 피딩 도구들을 모아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볼까 합니다.

멀리 미국 땅에서 살지만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여전히 한국 간호에 쏠려 있습니다. 요즘도 서울에서 보내오는 간협신보를 꼬박꼬박 읽고 있답니다. 대한간호협회와 한국 간호사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여러분 모두 간호사로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여성문화와 국가 발전을 위해 기여하시길 바랍니다. 더욱 발전하시고 기쁨 가득한 삶을 누리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