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주제강연 - “미래 간호를 향한 새로운 변화”
정책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02-26 오후 15:07:34

김진현(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 현)포괄수가발전협의체 위원
● 현)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 … 국민건강 우선
◇ 간호협회 정치적 역량 강화해야
◇ 국민들 지지여론 조성하기 위해 노력
◇ 간호정책 근거자료 만드는 연구 시급
간호사들이 그동안 국민건강과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에 비해 우리 사회와 제도가 적합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간호의 가치와 중요성 또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간호계의 현황을 되돌아보고, 미래간호를 위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 수년간 간호계의 쟁점이 되어온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법정인력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3교대와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간호사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환자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간호서비스의 질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간호사의 충분한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아 간호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물론이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을 주고 있다.
둘째, 의료환경 변화에 맞는 간호사 법적지위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간호교육의 성과가 높아지고 간호서비스의 수준이 전문화된 것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셋째, 간호사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이 미흡하다. 여성인력이 절대적으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조성이 미흡해 3교대와 단기이직에 따른 생산성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한 출산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넷째, 간호사 임금이 양극화되고 있다. 동일한 간호 역량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 간에 근무하는 기관의 규모와 지역에 따라 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지방중소병원의 신입간호사 임금수준이 매우 낮고, 수도권과 지방,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임금격차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간호인력의 지역적 불균형 배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자원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섯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아직 간호서비스가 확대되지 못하고, 간호사의 역할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급증하는 노인의료비에 대한 대책으로 장기요양보험 급여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력이 간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설계 시부터 간호사를 중심에 두지 않았으며, 이러한 경향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섯째, 간호의 직업적 전문성을 표방하고 도입된 전문간호사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전문간호사를 지지해줄 제도적 지원 장치가 없다. 전문간호사 활용방안이 거의 없어 교육과정 수요가 줄어드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의료기관내에서도 PA제도를 공공연하게 추진하는 등 전문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후진적이다.
간호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하며, 변신을 위한 노력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간호협회는 사용자의 입장보다는 회원의 입장에 서서, 의료공급자의 이익 보다는 국민건강을 위해 정책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간호사들 또한 협회 회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 국민건강증진을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간호를 협회의 미래방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간호정책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간호협회의 정치적 역량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 정책결정 참여자들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국민적 지지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책결정의 근거자료를 생산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한 대의를 존중해야 한다. 간호협회는 간호정책 우선순위를 정해 효과적으로 집중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간호협회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간호계의 발전, 간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