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7-07 오전 09:20:39

“한 땀 한 땀 정성과 기를 담아야 하는 누비의 과정은 오랜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지만, 한 벌의 옷이 완성된 후 돌아오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지요.”

조유향 초당대 간호학과 교수의 옷장에는 애기조끼, 배냇저고리, 풍차바지, 돌저고리, 깃저고리, 어른저고리, 버선, 어른조끼, 양장코트 등 그의 손으로 탄생시킨 누비작품들이 즐비하다. 지난 1998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 107호인 누비장 김해자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그의 누비솜씨는 이미 아마추어 수준 이상.

누비란 안팎을 맞춘 두겹의 천 사이에 솜을 두고 줄지어 촘촘히 홈질하는 것을 말한다. 간격이 밀리미터 단위로 그어진 줄들을 바늘로 한 땀씩 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두루마기, 장의 등과 같은 대작들은 6개월에서 1년씩 걸릴 정도다. 그래서 조 교수는 누비작업을 `정신수양과정'이라고 표현한다.

“누비를 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무'의 세계로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누비과정 자체가 인생여정 같아요. 고된 과정을 거치면 기쁨의 단 열매를 맺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원래 차와 천연염색 등 우리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7년전 김해자 선생의 전시회를 본 뒤 누비에 입문했다. 전수생으로 지원해 기초-중급-고급의 3년 과정을 밟아 이수증을 받았고, 지금은 연구반에서 활동중이다. 그간 전수생들과 두 차례의 작품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학기 중에는 바빠서 하루에 한줄 밖에 못 누빌 때도 있어요. 그래도 매달 1박2일간 하는 경주 공방에서의 작품연구에는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지금 진행중인 장의 작업에 속도를 더 내볼까 합니다.”

조 교수는 누비를 통해 자연친화적인 의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인체에 유익한 천연염료를 머금은 옷감이 부드럽고 가벼운 손누비질을 만났을 때, 비로소 값을 매기
기 힘든 `건강 옷'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끔 학교에 제가 만든 누비옷을 입고 가면 많은 사람들이 만져보며 놀라고 부러워합니다. 이제는 가족 모두에게 건강 선물로 누비옷을 지어주고 싶어요. 제 작품만으로 전시도 하고 싶고요.”

박미경 기자 mkpark@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