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주선영   syju@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2-02 오전 10:26:41

　한손에는 진료가방, 다른 한손에는 철가방. 가정방문을 나서는 보건진료소장의 양손에는 두 개의 가방이 들려있다.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풍경의 주인공은 `철가방을 든 간호사'로 유명한 변묘숙 울산 화산리보건진료소장. 변 소장은 가정방문을 나가면서 직접 만든 음식을 중국집 철가방에 담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철가방 안에는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해주기 위한 맛깔스런 김치와 젓갈, 장이 담겨 있기도 하고 직접 구운 현미빵, 녹차빵 등 시중에서는 맛보기 힘든 영양빵이 가득 들어 있기도 하다.

　주말에는 직접 만든 추억의 자장면과 팔보채, 깐풍기 등 특식을 준비해 동네 노인분들과 정겨운 시간을 갖는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철가방도 변 소장의 요리에 대한 열정과 나눔의 사연을 접한 주변 분들이 선물한 것.

　매주 토요일 변 소장의 집에서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홈쿠킹 교실'도 열린다. 변 소장은 주민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면서 고부간의 갈등이나 가족 문제를 상담해 주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변 소장은 “함께 요리하면서 가슴속 상처나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 놓을 수 있다”면서 “여러가지 재료들이 어우러져 고유의 맛을 내듯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생의 오묘한 맛”이라고 말한다.

　한식 조리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변 소장은 울산 MBC 요리경연대회를 비롯 각종 대회 수상을 통해 솜씨를 인정받았다. 김치명인을 찾는 `2004, 최고의 손맛을 찾습니다'에 참가해 전국에서 응모한 2200여명 중 결선 진출자 14명에 뽑히기도 했다. 그녀가 선보인 것은 `배시럽 멸장(멸치액젓)김치'. 배즙을 졸여 만든 시럽으로 감칠맛을 낸 아이디어가 돋보여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들었다.

　휴가 때마다 틈틈이 여행을 통해 배운 세계 여러 나라의 조리법을 전통 한식에 응용해 보고 싶다는 변 소장은 “나만의 요리 노하우와 에세이를 담은 책을 펴내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선영 기자 syju@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