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정규숙   kschung@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1-18 오전 10:17:47

　"미국이 세상의 전부는 아닙니다. 눈을 돌려보면 한국 간호사가 도전할 무대는 넓고 많습니다. 프로답게 일하고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영국에 도전해 보세요."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 성 조지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정의영 간호사(시니어 스태프/그레이드 F)는 완벽한 1 : 1 환자간호를 펼칠 수 있는 업무환경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중환자실 17병상을 운영하는데 간호사만 140명이고 2교대로 근무한다. 이중 스태프 간호사(그레이드 D, E)가 110명 정도이고 팀 리더(그레이드 G), 너스 매니저, 신규교육담당간호사, 컨설턴트간호사, 연구간호사 등이 따로 있다. 너스 매니저는 간호사 채용, 승진 등 인사관리를 전담하며, 근무지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길 경우 사직 형식을 밟고 원하는 병동의 매니저를 만나 인터뷰 한 후 고용조건을 새로 정하게 된다.

　정 간호사는 "환자에 대해 간호사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고, 의사들은 간호사의 판단을 존중해 주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서 "주당 근무 37.5시간, 연간 7.5주의 유급휴가는 맘껏 여행도 하고 여가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 수 있게 해준다"로 말했다.

　영국에서의 성공적인 삶은 정 간호사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 도전정신이 이뤄낸 결실이다. 1993년 예수간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외과계중환자실에서 2년 경력을 쌓은 그는 미 간호사 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취업을 기다리던 중 마음을 바꿔 유럽 배낭여행길에 올랐다.

　런던에서 10개월을 체류하는 동안 `인생 최고의 멘토이자 어머니 같은' 조이스 간호사를 만나면서 취업준비를 한걸음씩 해나갔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데도 밤낮없이 힘썼다. 영어만큼은 자신 있었는데도 막상 영국 땅에 서고 보니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많은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고.

　영국간호사면허관리기관에 등록을 하고 성 조지병원에서 6개월간 임상적응실습을 마친 후 1998년 정식 간호사로 일하게 됐다. 한 많았던 공부도 계속했다. 평생교육제도를 이용해 3년제 과정을 다시 밟았고, 졸업장만 있으면 어디서나 인정받는다는 킹스 칼리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인스티튜트에서 간호학 학사학위를 땄다. 정 간호사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하고 유쾌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영국 취업을 희망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도움말도 남겼다. 영어능력은 필수이며, 한 분야에서 임상경력을 쌓아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단단한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다인종 사회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드시 정확한 취업정보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 영국병원에 취업하려면

　△기본자격 = 3년제 전문대학(실습 2300시간, 강의 1533시간 이수) 이상 졸업자로 최근 5년 이내 750시간의 임상경력, IELTS 6.5 이상의 영어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취업절차 = 관련서류를 갖춰 영국간호사면허관리기관(www.nmc-uk.org)에 등록해야 한다. 지원서는 본인이 작성해 접수시키고 경력증명서, 졸업/성적증명서, 한국 간호사 면허 증명서 등은 해당기관에서 직접 보내야 한다. 기본지침에 따라 현지 병원에서 3∼9개월간 임상적응실습을 해야 한다. 스스로 실습할 병원을 찾고 면접을 봐야 한다. 실습을 마치고 해당 병원에서 최종 추천서를 받으면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실습했던 병원에 지원, 고용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조건 = 신규간호사 연봉은 2만∼2만3000파운드(4000∼4600만원) 수준. 근무시간은 주 37.5시간이며, 연간 7.5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영국내 분위기 = 문화적 특성상 간호인력이 부족해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는다. 취업시장에서는 당연히 영국 간호사들에게 우선 기회를 주고 자국민을 보호한다. 다음으로 유럽연합 국가의 간호사들을 선호한다. 이외 제3국가에서 온 간호사들에게는 기본자격 기준과 취업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우수인력을 빼앗아간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그 명분이다.

정규숙 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