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1-18 오전 09:59:43

　"어떤 문자는 아주 멋들어지지만 쓰기 불편해 사장돼버리고, 어떤 문자는 평범해도 다른 문자에 영향을 끼치며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옵니다. 가벼운 종이에 쉽게 쓴 글자보다 무거운 진흙판에 힘들게 쓴 글자가 고금을 연결해주고요. 이런 아이러니들을 보며 삶의 교훈을 얻습니다."

　바쁜 병원생활 틈틈이 고대사와 고대문자를 공부하는 이경란 수간호사(경희의료원 내과 외래). 어려서부터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이 남달랐던 그에게 고대사는 `불확실성'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상상과 가설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기 때문. 그러다보니 자연 고대문자에도 관심이 가게 됐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나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 등을 보면서 문자체계가 어떻게 세워지고 운용되는지, 타 문자와는 어떻게 비교되는지 알고 싶었어요. 특히 24개의 음성기호가 있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경우 영어 알파벳처럼 배울 수 있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그는 주로 출퇴근시 전철 안에서, 휴일 도서관에서 이 지적유희의 시간을 갖는다. 국내에서 출간된 고대문명 관련 책들을 두루 섭렵했고 최근엔 히타이트 역사책이나 초고대를 다룬 책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이런 책들을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재충전이 된다고. 본인은 소박한 취미일 뿐이라고 하지만 주변으로부터 `고대문명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고대 서적을 읽다보면 예나지금이나 사람살이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돼 참 재밌어요. 이집트 고문 중엔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는 글도 있고, 어떤 수메르 고문엔 `교사한테 뇌물을 줬더니 칭찬받았다'는 내용도 있답니다."

　여러 문자들을 공부하는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고 존경하는 인물 또한 세종대왕이라는 이 간호사는 앞으로 고대 크레타문자에 관심이 쏠릴 모양이다.

　"사진으로 그 문자를 봤는데 중국 갑골문자랑 비슷하게 생겨서 혹시 무슨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서 말예요. 제 호기심 못 말리죠?"

박미경 기자 mkpark@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