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정규숙   kschung@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8-19 오전 10:17:23

　“간호중재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낼 때 간호의 전문성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근거중심의 간호를 펴는데 기반이 되는 `생행동연구'가 한국에서도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생행동연구(Biobehavioral Research)는 간호가 과학임을 증명해 나가는 길이라고 역설하는 강덕희 미 앨러배마대 간호대학 교수가 이달 말로 서울생활을 마무리한다. 올 3월 연세대 간호대학 홍신영석좌교수로 부임해 그동안 간호사는 물론 의사, 한의사, 심리학자 등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은 어디든 찾아가 열강을 펼치며 생행동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강 교수는 “간호중재가 환자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혀내는 생행동연구는 간호의 과학적 토대가 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하면서 “환자에게 명확한 근거를 설명하면서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때 간호의 전문성과 신뢰를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생행동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연구결과를 실제 간호실무에 적용해 나가고 있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간호사들의 연구결과는 의사가 주를 이룬 학술모임에서도 주목받으며 발표되고 있다고.

　강 교수는 “한국에서도 하루 빨리 생행동연구가 활성화되고 연구센터도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실험장비, 전문지식 등 인프라와 자원이 취약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도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건강관련 학문분야 간의 팀워크도 강조했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간호 특유의(unique) 관점으로 접근하고, 다학제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간호사가 리더십을 갖고 주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강 교수가 몰두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인간의 면역체계를 어떻게 바꾸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것. 앨러배마대에서는 강 교수를 위해 실험실을 마련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는 동안 늘 생리학에 흥미와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71년 도미한 이후, 위스콘신대에서 간호와 생리심리학을 함께 전공하는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일생을 매진할 연구분야를 정하게 됐다.

　강 교수는 지난 6개월 동안 보고 느낀 한국 간호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의 지적 수준과 실력은 너무나 뛰어난데 비해, 간호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간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는 강 교수는 “간호협회에서 장기적,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언론매체를 통해 간호는 인간의 건강을 위해 기여하는 소중한 전문직임을 홍보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환자에 대한 교육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것은 무슨 약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알려 줄 때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면서 “간호사는 언제나 환자의 대변인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대학 교육프로그램이 특화 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여러 대학에서 서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경쟁하는 것은 낭비이며, 대학마다 강점을 살려 특화된 프로그램을 중점 개발해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실무현장 간의 긴밀한 교류도 강조했다.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간호가 교과과정에 반영되고, 대학 교육은 임상으로부터 지지받는 유기적 시스템이 강화될 때 간호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되었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 사람들의 건강을 돕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 간호의 근거를 찾아내고,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간호의 힘을 키우는 길입니다.”

정규숙 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