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이월숙   moonlee@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4-24 오후 13:48:35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안겨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꺼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을 이겨내고 간호사의 꿈을 이룬 최지혜 씨는 "난치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드러냄으로써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참된 행복"이라고 말했다.

　서울 해정병원 내시경센터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최지혜 간호사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3년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이듬해 연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발병 전까지 한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돌봐주고 격려해준 간호사 선생님이 없었다면 투병생활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은행원이 꿈이었던 최 간호사는 "입원해 있는 동안 건강해지면 간호사와 같이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입원생활을 마치고 복학해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간호사에 대한 꿈을 구체화시켰다"고 말했다.

　"간호대학 시절 환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실습시간이 유독 좋았어요. 한번은 소아병동에서 실습을 하는데 백혈병 환아의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발견하고 제 경험을 얘기해 드렸어요. 얘기를 마친 후 얼굴이 조금 환해진 것을 보고 간호사가 되기로 한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호사여서 행복하다는 최 간호사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00년 경희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병원에 취업했으나 교육 도중 쓰러져 근무를 포기해야 했던 것.

　"비록 3교대 근무는 포기해야 했지만 간호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간호사로 일할 수 있으니까요."

　최 간호사는 얼마 전 간협신보를 통해 간호사가 꿈인 백혈병 어린이 매승희 양의 기사를 읽었다며 "승희가 꼭 완쾌돼서 명예간호사증이 아닌 진짜 간호사 면허증을 받게 되길 기도한다"며 말을 맺었다.

이월숙 기자 moonlee@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