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 선생과 결혼해 함께 독립운동
◇간협, 고인 애국정신 기리는 데 주력
간호사로서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지사 박자혜 여사가 `7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국가보훈처는 광복회,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31운동 당시 `간우회' 회원을 모아 독립만세를 주도하고, 독립투사들을 안내하는 등의 활동을 한 박자혜 여사의 공적을 기리고자 7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박자혜 여사는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의원에 근무하면서 일제에 항거한 `간우회 사건'을 주동한 인물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과 결혼해 아내이자 동지로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으며, 일제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독립투사들을 돕는 임무를 수행했다.
△간호사의 길에 들어서다 =박 여사는 1895년 12월 11일 경기도 고양군(현 서울 수유리)에서 태어났다. 1914년 숙명여학교 기예과(2회)를 마쳤다. 이어 조선총독부의원 부속 간호부과(1916년) 및 조산부과(1917년)를 졸업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의원에서 근무했다. 만세를 부르다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줄지어 들어오자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과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나라 잃은 울분을 토했다.
△독립만세 `간우회 사건' 주동 =박 여사는 간호사와 조산사들을 규합해 `간우회'를 조직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이필주 목사와도 연락하고 있었다. 그녀는 특유의 달변으로 간우회 회원들을 설득하고 감동시켰다.
“우리는 매일 병원에 입원하는 만세시위 운동자들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천직은 환자를 보살피는 것이지만, 나라를 위해 성스러운 우리의 임무를 잠시 거두고, 두 팔을 들어 힘차게 만세를 불러 항거합시다.”
박 여사가 주동이 돼 만세운동에 동참한 쾌거가 세칭 `간우회 사건'이다. 일경은 박 여사를 체포해 혹독하게 취조했다. 하지만 그녀의 단호한 결심과 신념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유치장에서 풀려난 박 여사는 만주 봉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신채호 선생과 운명적 결혼 =만주로 간 박 여사는 우국청년 우응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 베이징 연경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연경대학에서 여대생 축구팀을 구성해 활약할 만큼 적극적이고 활달했다.
혁명가의 피가 끓는 여걸 박자혜는 1920년 단재 신채호 선생과 결혼했다. 무뚝뚝하고 일밖에 모르던 단재가 여성 혁명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일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단재는 재혼이었다. 두 사람은 열다섯 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 넘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뜻을 품은 인생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단재는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고, 생활은 날로 궁핍해졌다. 1922년 단재는 둘째를 임신한 박 여사와 큰 아들 수범을 서울로 돌려보냈다.
△독립투사 안내하고 연락 임무 =박 여사는 무시로 찾아오는 독립투사들을 안내하고 연락을 취하는 임무를 맡아 수행했다. 중국과 국내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 파괴 임무를 띠고 잠입한 의열단원 나석주 의사를 안내한 사람이 바로 박 여사였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 인사동 69번지에서 `산파 박자혜' 간판을 내걸었다. 하지만 일경의 감시와 폭력에 시달려야 했고, 거의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다 남편 옥바라지까지 해야 했다. 박 여사와 두 아들은 삼순구식의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당시 박 여사의 삶은 동아일보(1928년 12월 12일)에 크게 보도됐다.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단재는 뇌출혈로 1936년 2월 21일 뤼순형무소에서 순국했다. 둘째 아들은 1942년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박 여사는 1944년 10월 16일 사망했으며, 화장한 뒤 유골은 한강에 뿌려졌다. 박 여사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2008년 충북 청원군에 있는 단재 선생의 묘소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박 여사의 위패를 함께 안치함으로써 부부는 합장됐다.
장남 수범은 1986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으며, 단재의 업적을 정리하는 작업에 온힘을 기울이다 1991년 사망했다. 유족으로 박 여사의 며느리(수범의 부인) 이덕남 씨가 생존해 있다. 올해 4월 단재 선생에게 가족관계등록부가 수여됐다. 정부는 단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에 호적 등재를 끝까지 거부해 무국적자로 남아 있던 독립유공자 62명의 유족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전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박자혜 여사의 애국정신과 의로운 삶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면서 “우리 간호사들은 박 여사의 고귀한 뜻을 깊이 새기면서 자긍심을 갖고 국민건강과 국가발전을 위해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출처
사이버 단재 신채호 기념관(danjae.or.kr) 선각자 단재 신채호(임중빈, 충청출판사) 단재 신채호 일대기(임중빈, 범우사) 단재 신채호 평전(김삼웅, 시대의창) 조선총독부 관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