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7-24 오전 09:21:49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일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충격과 혼란 속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간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서울내러티브연구소(소장·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학 교수)는 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 대구경북지부(지부장·김후자 영남이공대학 간호과 교수) 회원들과 함께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통한 삶의 활력 찾기' 프로그램을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비통함과 허탈감에 빠져있는 유가족들이 간호사로부터 상담 및 이야기치료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내고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회복하며, 다시금 활기찬 인생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최남희, 김후자 교수를 비롯 20여명의 정신보건전문간호사들은 매주 유가족들을 찾아가 가슴아픈 사연에 귀기울이고 위로와 지지가 될 수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심리적 충격정도, 신체증상, 외상성스트레스장애(PTSD)로 이행될 가능성 등을 측정해 개개인에 맞는 상담활동을 펴고 건강검진도 실시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상담에는 `이야기치료'(내러티브대화치료)가 활용되고 있다. 이야기치료란 대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 말하고 쓰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보던 시각과 다르게 보도록 하는 치료방법. 이 과정을 통해 대상자는 자신의 현실을 검토해보게 되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건 발생 초기만 해도 심한 불안감, 죄책감, 무기력감 등으로 괴로워하며 간호사들의 접근도 썩 반기지 않았던 유가족들이 이야기치료를 통한 지속적인 상담을 받으면서 차츰 삶의 의지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간의 상담활동을 토대로 서울내러티브연구소에서는 최근 `유가족 자조모임'을 주관해 고통의 체험을 함께 한 사람들이 매주 모여 서로 아픔을 나누며 힘을 북돋워주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유가족 중에서도 정서적 후유증이 특히 염려되는 어린이들을 위해 `별과 함께 쓰는 이야기 캠프'를 8월중 열 계획이다.

　최남희 교수는 “재해 상황이 일어났을 때 간호사가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담활동은 물론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여러 조치를 이끌어와 조직적으로 코디네이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