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처음에는 극적인 양가감정과 총체적 소진을 겪으며 좌절과 고통을 경험했다. 다른 가족들과 치매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으며 행복한 경험으로 승화시켜 나갔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더 성숙시켰다.
이는 연구논문 `재가 치매 노인환자를 돌보는 가족원의 극복 경험'에서 밝혀졌다. 성미라 경인여대 간호과 교수팀이 연구했다. 논문은 한국간호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JKAN 2013년 6월호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서울특별시치매센터가 2011년과 2012년에 실시한 `치매 극복 체험수기' 공모전의 당선작을 포함한 응모작 31편을 분석했으며, 극복 경험을 총 4단계 과정으로 도출해 제시했다. 기관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
○ …(직면기) 치매진단을 받은 노인을 가정에서 돌봐야 하는 가족은 그동안 어르신에게 소홀했던 것에 후회와 죄책감을 느꼈다. 동시에 평생 치매노인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에 원망하고 비난하는 극적인 양가감정을 경험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치매노인의 문제행동에 대처할 준비가 돼있지 않아 전쟁 같은 일상을 겪으며 총체적 소진을 경험했다.
○ …(도전기) 치매노인이 지난날 자신에게 베풀어주었던 지극한 사랑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돌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가족들의 이해와 전폭적인 지지에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치매지원센터의 다양한 지원은 돌봄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요한 자원이 됐다.
○ …(통합기) 기억을 잃은 치매노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치매노인의 아바타(분신)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임을 깨닫고 치매노인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이대로 있어주길 소망했다.
○ …(승화기) 돌봄 과정에서 또 다른 긍정적 자아를 발견하며, 역경을 이기고 피어난 아름다운 삶의 무지개를 마주했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차원을 넘어 자기계발과 봉사를 통해 보다 성숙된 삶을 이어나갔다.
연구팀은 “치매노인을 돌보는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가족도 처음에는 신체·정신적으로 극심한 좌절과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가족들이 돌봄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서 일상생활과 통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식과 상담을 제공하는 간호교육이 필요하며, 가족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