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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간호문학상 수필 가작
손끝으로 통하는 마음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12-16 오후 13:53:04
홍민지 (대구대 3학년)


“학생! 이 분 검사실 모셔다 드리고 와.”

나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무심히 건네주시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 종이에 적혀있는 검사실로 환자분을 데려다 주어야한다. 그 때 나는 외과병동에서의 첫 실습이었고 그저 사고 없이 무던히 실습 기간인 2주를 잘 버텨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네, 이OO님 오늘 검사가 있으셔서 제가 검사실로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OO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옆에 계셨던 보호자께서 수화로 내 말을 할머니께 전달해주셨다. 할머니는 그제야 나의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 몸을 맡기신 채 나와 단 둘이 검사실로 향했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검사실로 가는 내내 내 목덜미를 스쳤지만, 그저 느낌일 뿐이라 여겼다.

기어이 이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검사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터진 것이다. 할머니는 알 수 없는 수화를 하며 나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셨고 당연히 나는 알아듣지 못하였다. 할머니는 어찌나 긴박한지 미간 사이의 깊은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고 수화를 하고 있는 손동작은 더욱 격렬해지셨다. 엉덩이 옆을 가리키며 계속 위아래로 흔드는 할머니의 검지손가락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정말이지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순간 나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았다. ‘엉덩이 옆에서 수화를 한다면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고, 검사받는 대기 순번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나는 화장실로 미친 듯이 휠체어를 밀었다.

할머니는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그 앙상한 손으로 엄청난 힘을 주어 나의 팔목에 의지한 채 순식간에 볼일을 보셨다. 그 옆에서 나는 유리로 된 수액 병이 깨질까봐 수액 병을 들고, 다른 한 팔로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발끝으로는 휠체어를 받치고 있었다. 할머니의 옆에 있는 배배 꼬인 링거 줄은 마치 나의 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검사실 앞으로 가서 다시 접수를 하고 순번을 기다리고, 그러고 나서 간호사실에 가면 늦었다고 혼나겠지?’ 라는 사소한 걱정들이 밀려왔다.

복잡한 걱정들을 뒤로한 채 다시 접수하여 검사를 마치고 할머니를 제 병실로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 수고하셨어요”라고 입모양을 크게 해서 말을 건넸더니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주셨다. 그 앙상하고 조그마한 두 개의 엄지손가락은 내 마음 안에 가득 들어찼다.

첫 실습, 첫 날, 무엇인가 삐거덕 거린 것 같았다. 하지만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오는 이상하게 간질거리는 마음이 첫 실습을 아주 뜻 깊은 날로 만들어주었다. 할머니의 그 손짓,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나는 그 날 남몰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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