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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파독 간호사 일기 --- 시조시인 강정희 파독 간호사 지음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1-10-05 오전 09:40:32

 파독 간호사 강정희 작가는 수필, 시, 소설, 시조 부문에서 등단했으며,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수필집 《네 엄마는 파독 간호사》, 시집 《하얀 날개》, 단편소설 모음집 《한강과 라인강의 두물머리》를 펴냈다.

순천청암대를 졸업했으며, 1969년 독일로 건너가 수술실 간호사로 일했고, 병원 안전관리 및 위생관리 책임자로 활동했다. 2010년 정년퇴직했으며, 디아코니아 훈장을 받았다. 문학광장 문인협회 독일 지부장과 세계전통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재외동포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파독 간호사 일기

-파독 간호사 55주년에-

                                 강정희 파독 간호사 (시조시인)

 

신세계 꿈을 향한 머나먼 낯선 자리

나날이 가슴으로 마음을 낮추었다

손과 발 나이팅게일 훈장이듯 박힌 살

 

지겨운 가난살이 목돈에 귀가 솔깃

짧고도 긴긴 세월 3년의 고용계약

밤이면 꼭꼭 품고 잔 눈물 밴 가족사진

 

고향이 그리우면 김치를 입에 물고

거울 앞에 색동옷 일깨웠던 정체성

아득한 하늘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전화벨 울릴 때면 가슴이 조마조마

지레 겁 목소리에 눈시울 붉어지던

알알한 습진 기억이 두고두고 서럽다

 

보이지 않는 냉기 행여나 흉잡히라

하회탈 천진난만 눈물 꽃 살랑대며

우리는 늘 상냥했다 하늘처럼 해처럼

 

짝짜꿍이 입방아 깔깔깔 웃음소리

벙어리 귀머거리 소외된 속앓이는

언어의 변비를 점점 더 심하게 하였던

 

부르기 힘들다며 내 본명 제쳐두고

하루아침 새롭게 둔갑한 우리 이름

검은색 머리의 수산나 모니카 사비나로

 

고국에서 못 피운 생기로운 비단 꿈

해오름 열정으로 힘든 만큼 믿으며

우리는 훨씬 강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빨간색 호출 신호 맨 먼저 달려가고

미리 톡 근육주사 감쪽같이 잘 놓는

동양의 순 연꽃으로 청순하게 불리며

 

우리 몸 두 배 되는 독일인의 몸무게

꼿꼿이 허리 펴며 야무진 손끝으로

고목의 새순 돌보듯 정성을 다하였다

 

온갖 시름 잊게 한 눈물 피땀 대가는

꼬박꼬박 아우 학비 부모님 가택 적금

몸뚱이 찌그러져도 눈물겹게 뿌듯했던

 

부어오른 설움을 말없이 다독이며

덧없이 주저앉아 굳세게 내린 뿌리

고생도 세월 앞에선 둥지 친 행복이다

 

둥글게 꽃을 피운 인연의 동병상련

보람찬 기쁨 속에 출렁이는 감사는

점점 홍* 한데 어울려 햇살처럼 퍼진다

 

고요한 영혼 속에 후덕한 깊은 심지

잔주름에 숨겨진 맑고 고운 미소는

가 버린 우리 봄날의 눈물과 땀방울이

 

길고 긴 세월 속에 묻혀버린 꽃 청춘

입술을 깨물면서 인내로 녹인 고뇌

질기게 살아온 인생 연륜이 흔들린다

 

노을 진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푯대는

설움을 승화시킨 결 바른 체험 산물

우리의 자존심이고 사랑의 산 역사다

 

세월의 강을 넘은 독일 속의 한국서

맛깔난 한국 음식 즐겨보는 드라마

모국의 무관심에도 마냥 그리워하며

 

새벽 날개 치면서 올차게 가꾼 세월

아낌없이 쓰인 몸 휘어진 달그림자

가쁜 숨 가다듬으며 해넘이에 물든다

 

굽이굽이 오십 년 열정을 불태우며

이 땅에 심어 놓은 코리아의 혼백은

긍지의 백의 천사로 길이길이 빛나리

 

우리의 발걸음과 숨소리가 멈추면

우리 꿈 우리 뼈는 독일 땅에 묻히려니

영혼은 숨 죽은 그리운 고향 땅을 찾으리

 

*점점이 붉음, 여기저기 울긋불긋하게 꽃이 핀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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