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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째 헌혈을 하게 되기까지
임세영(장튼위튼병원 간호과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9-10-02 오전 08:46:23

29번째 헌혈을 한 이후 헌혈의 집에서 다음번에 헌혈하면 헌혈유공장(은장)을 수상하게 되니 꼭 다시 헌혈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나는 그런 것 안 주셔도 된다고 손사래를 쳤었다.

특별한 생각 없이 30번째 헌혈을 하러 갔더니 오늘 유공장을 꼭 받아가라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기에 챙겨서 가져왔다. 사실 남편이 신혼 초에 30번 헌혈한 기념으로 유공장을 받아왔을 때 방치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내심 민망하기도 했다.

상을 갖고 와 집에서 열어보니 그동안 헌혈했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났다.

맨 처음 헌혈했을 때는 마치 뭔가 특별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성분헌혈이 처음 도입되어 권유받았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다가 헌혈한 지 20분이 지나도 아직도 멀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어지러워 중단하게 됐다. 이 일을 겪으며 헌혈이 만만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한참 동안 헌혈의 집을 방문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일본뇌염이 발생한 지역에 있는 작은 언니 집에서 숙박했다는 이유로 헌혈을 할 수 없었다.

동료의 지인이 백혈병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헌혈증을 기꺼이 기증하기도 했다.

그동안 헌혈과 관련해 미소 짓는 일도 있었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나의 첫 근무지는 내과병동이었다. 거기서 한 노부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계셨는데, 의사소통도 안 되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정성을 다하셨고, 신입간호사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할아버지가 사망한 후 장례식장으로 가기 전 할머니는 내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시면서, 처음 간호사가 됐을 때 그 마음으로 앞으로 간호사 생활을 잘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지금도 그 할머니의 얼굴이 생생히 기억난다.

남편에 대한 지극한 정성부터 인간에 대한 도리까지 모범을 보여주신 할머니의 격려는 나의 간호사 생활 내내 큰 울림이 되고 있다.

내가 하는 헌혈은 인간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도리이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착실하게 도리를 지키며 살고 싶다. 이 도리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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