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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진료소장 마지막 1기생 가운을 벗다”
김영희(충북 음성군 봉현보건진료소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8-06-12 오후 02:53:31

◇청춘과 열정 다해 후회 없이 일해

◇가족 같은 주민들께 감사

그때 그 시절, 간호사 국가고시 준비를 하던 막바지 12월쯤 친구로부터 보건진료원 직무교육생 모집 공고가 실린 한 장의 신문을 넘겨받았다. 그것이 내가 평생을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벽오지에 간호사를 교육시켜 배치한 것은 정말 대단한 제도였고 결단이었다.

대학 졸업 후 보건진료원 직무교육을 받았고, 1981년 9월 전국 최연소 보건진료소장 1기생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면출장소 한귀퉁이 창고를 개조해 보건진료소 문을 열고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꿋꿋하게 매일 새벽 6시면 마을 꼭대기에 자리 잡은 면출장소에 올라가서 소리 반 잡음 반인 마이크로 “후∼후∼ 보건진료소에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로 주민들의 아침을 깨웠다. 보건진료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곳인지 홍보했다. 마치 심 훈의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채영신이 된 것 같은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이후 지대가 높고 거리가 멀어 주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시장통 술집을 개조한 공간으로 보건진료소를 옮기게 됐다. 논바닥에 대충 판 우물에서는 실지렁이가 뒤엉켜 올라오곤 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 어린 내게는 힘든 일이었다.

난산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어린 생명, 농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고 오토바이 사고로 생명이 위독해진 주민 등 감당하기 벅찬 순간순간을 겪어냈다. 주민들이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을 악화시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24시간 대기 근무를 했는데, 언제 보건진료소 문을 두드릴지 몰라 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초창기 보건진료소장들 중에는 연탄가스 중독이나 오토바이 사고로 희생된 분들도 있다.

내가 선택한 보건진료소장의 길은 결코 탄탄한 아스팔트길도 아름다운 꽃길도 아니었지만, 묵묵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딛다 보니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얼마 전 딸과 함께 7년여 동안 근무했던 강원도 바닷가의 보건진료소를 방문했다. 두 번이나 강산이 변한 세월만큼이나 참으로 많이 변했고, 마을은 정겨운 골목과 슬레이트 집에서 복잡한 길과 빌딩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20년 전에 잠시 머물렀던 나를 알아봐주셨다. “소장님, 그땐 정말 고생 많으셨지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안 오셨어요?”라며 손을 잡아 끌어안아주신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최선을 다했던 30대의 내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시절 나는 청춘과 열정을 주민들을 위해 바쳤다. 평상복보다 더 내 옷 같은 가운을 걸치면 삼손의 머리카락에서 힘이 솟는 것처럼 지식과 지혜가 솟아났고 용기백배했다.

이제 나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가운을 정리하며 나의 삶 속 굽이굽이에 함께 했던 수많은 고마웠던 분들이 생각난다. 함께 고생하고 위로하며 같은 길을 갔던 많은 선배님들, 이렇게 좋은 제도를 기획하고 교육시키고 파견한 보건행정가 여러분들 그리고 교수님들. 딸보다 더 어린 보건진료소장을 믿고 따르고 사랑과 정성으로 감싸주신 부모형제 같은 주민들, 스승 같은 주민들이 계셨기에 이렇게 행복하게 가운을 정리할 수 있게 됐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건진료소장 마지막 1기생으로서 명예로운 퇴임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모든 선배님들 특히 1기생 동료 선배님들께 영광과 감사의 말씀을 이렇게 신문 지면을 통해 전한다.

오늘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이 선배들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수고로움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누리게 되길 바라며, 보건진료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보건진료소장으로서 평생을 살아온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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