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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2-12 오전 10:14:21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늦깎이 07학번 남자 간호대학생이 됐다. 지난 12월 12~21일 인도 콜카타 마더 테레사 수녀원 일대에서 전개된 글로벌 해외봉사연수에 참가하게 됐다. 첫 날 콜카타국제학교를 거쳐, 고아원을 방문했다. 우리는 춤 노래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를 선보였고, 아이들은 전통춤으로 화답했다.

　다음날 이번 연수의 핵심인 마더 테레사 봉사센터를 방문했다. 우리는 프렘단과 산티단에 배정됐다. 프렘단은 정신지체, 장기요양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었다. 입구에서 환자들이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는데 나는 멈칫하며 외면해버렸다. 감염의 위험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빨래 - 바닥청소 - 밥 배식 - 빨래 순으로 진행된 오전봉사를 끝내고 `봉사'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장기봉사자로 계신 제임스 정의 자서전 `선물' 가운데 “일시적으로 감정이 뭉클해져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어도 감정의 변화 없이 진정한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보호벽을 허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읽으며 봉사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립했다.

　환자의 악수를 거부한 일이 생각났다. 불교경전 〈반야경〉에 나오는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는 뜻의 `불구부정(不垢不靜)'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와 나는 똑같은 사람이고, 나도 그와 같이 아프거나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지원하던 날의 다짐이 되살아났다. 질병으로 고통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의료인이 되고 싶다던 마음, 내가 위안을 받고 싶다면 먼저 타인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날의 의지를 왜 잊고 있었을까.

　마지막 날, 떠나는 봉사자를 위해 불러주던 노래, 수녀님이 주신 펜던트, 제임스 정의 자서전. 이곳이 내게 준 선물과 기억은 지금도 너무 생생하다.

　테레사 수녀는 “봉사센터에서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필요로 하겠지요?”라는 질문에 “아닙니다. 봉사자들이 우리 수녀원의 봉사센터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마사지와 밥 배식, 짧은 대화 몇 마디로 기뻐하는 환자들을 통해 나 또한 내면의 상처를 치유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인도연수는 잊고 있던 목적의식을 깨우쳐 주고, 타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경험하게 해줬다. 내게 남은 것은 봉사를 실천하며 인도에서 가져온 이 선물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김정호 (적십자간호대학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