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김옥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4-20 오전 09:36:16

간호사 부족으로 큰 고심을 하고 있는 미국 의료기관들의 현실을 분석하는 기사와 설문들이 몇 년간 부쩍 많아졌지만 그것에 대한 올바른 처방은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의료 행정가들은 그 의료기관의 명성이나 비전이 간호사들 고용의 비결이라고 믿고 있는 반면에 현직의 간호사들은 그 이론이 완전히 어긋난 것임을 거듭 알려주고 있다.

간호전문지 Advance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래 일하
고 싶은 기관을 고려할 때 가장 매력적이고 큰 비중을 두는 분야는 근무시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나은 근무 스케쥴'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승진의 기회, 급여, 보험이나 기타의 보상을 고려한다고 했다.

반대로 몸을 담았던 기관을 떠나는 이유를 살펴봐도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고용주(고용기관)가 간호사의 가치를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중요한 사실은 단지 보상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떠난 간호사들은 18%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일하는 곳이 어떤 면에서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근무 스케쥴이 좋다'가 단연 선두주자였고, 그 다음이 함께 일하는 동료가 마음에 들어서, 보험이나 은퇴 연금 등 기타 급여 때문, 배울 기회가 있다, 단순히 연봉 때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보여주는 한결같은 내용은 간호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요구가 어디에 우선을 두고 있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결하게 압축한다면 "기관의 비전을 거론치 말라, 우리 간호사들의 개인적인 여건들이 최다수 고용을 좌우한다"는 결론이다.

지금의 고용주가 어떤 점에서 싫은가에 대한 응답도 위의 내용을 잘 비추어 준다. 고용주가 전문직인 간호사의 가치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고용주와의 대화 채널이 없거나 어렵다, 능력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 승진의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다 등의 이유가 비슷한 비중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이상적인 간호직이란 어떤 것일까? 근무시간과 연봉과 기타의 혜택이 우선 좋아야 하고, 배움과 승진의 기회가 있음은 물론이며, 더욱이 간호사 개개인의 전문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의료기관으로 좋은 간호관리자가 있는 곳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야말로 이상형 의료기관이라 불러도 좋겠다. 간호사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 미국 간호사들의 이상향이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간호사들의 인력부족 현상은 간호사 쪽에 훨씬 유리한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자리 가운데 100%를 만족하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도 해본다.

"저쪽 뜰의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Grasses look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는 이곳 속담이 우리 간호사들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나, 하루속히 이상형 간호환경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