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편집국]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11-15 오전 11:21:38

내년부터 질병군(DRG)별 포괄수가제를 시행할 경우 입원환자는 정해진 진료비(본인부담금)만 지불하게 돼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병원의 실질수익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9일 오후 건강보험회관 강당에서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도 확대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환자에게 제공된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DRG별 포괄수가제를 정상분만 등 8개 질병군에 대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 대상은 정상분만 외에 △제왕절개분만 △백내장수술 △탈장수술 △맹장염수술 △항문 및 항문주위 수술 △편도선수술 △자궁수술 등 8개 다빈도 외과시술이며, 이들 질병군은 다시 중증도에 따라 63개(DRG?Diagnosis Related Group)로 세분화된다.

지난 1997년 2월부터 시작된 DRG별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는 이달 1일 현재 대학병원 15곳, 종합병원 108곳, 병원 129곳, 의원 1369곳 등 모두 1621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입원일수 5.7% 단축 △항생제 사용량 29% 감소 △의료서비스 제공량 평균 14% 감소 등의 의료행태 변화가 확인됐으며, 행위별 수가와 비교할 때 환자 부담금은 평균 25% 줄어든 반면 DRG 총진료비는 23.8%, 보험재정 부담은 26% 늘어나고 병원의 실질수익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기준수가에 포함돼 있던 PCA(지속통증조절장치)와 무통분만 시술비를 행위별 수가 기준에 따라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고, 진료비와 입원일수가 기준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에는 상·하 열외군을 적용, 진료비를 가감지급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내에 '포괄행위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험급여와 급여대상, 상한금액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노연홍 보험급여과장은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불필요한 진료행태가 줄어들고 환자 본인부담금이 경감되며 실질적으로 급여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병원 입장에서도 자율적인 진료의 질 관리가 가능해지고 진료비청구 간소화, 경영효율성 제고, 환자와의 진료비 마찰 해소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를 거쳐 DRG별 보험수가, DRG세분화 기준, 급여 및 신의료기술 반영 범위 등을 담은 최종 시행안을 마련, 이달중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의료계와 시민,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이 송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박기원 연대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선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은 DRG별 포괄수가제도가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원가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질을 저하시키고 오히려 보험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양건모 보건의료노조 의료개혁위원장,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창엽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시민단체와 학계 대표들은 현재의 의료보장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DRG별 포괄수가제도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 당분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찬기 기자 ckbai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