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4개월의 짧은 경력을 끝으로 간호현장을 떠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왔다.
2015년 가을 날아든 간호사 면허신고 안내문 한 통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나는 젊은 날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던 병원간호사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에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진행하는 `유휴간호사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육을 받으며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스무살인 딸은 엄마가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실기교육을 받으며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몸이 간호를 기억하고 있음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다.
병원실습에서는 22년이나 떠나있었던 간호현장에 내가 함께 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뭉클했다.
취업문을 두드리는 순간에도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 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노력한 결과 서울재활병원(원장·이지선, 간호과장·백미정) 소아병동에 취업하게 됐다. 환자 중심으로 열려 있는 병원장님의 마인드와 따뜻한 병원 분위기가 좋았다.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용기를 냈고, 병동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병동에서 사용하는 약을 공부하고, 간호업무를 노트에 기록해 복습과 예습을 하고, 모르는 것은 책을 사서 읽었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은 고시공부를 하느냐고 놀리기도 했다. 입사 6개월이 된 지금은 일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아 계속 공부하고 있다.
EMR(전자의무기록) 등은 전 직장에서 컴퓨터를 사용해 업무를 했기에 다행히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취업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병원 개원 후 유휴간호사가 채용된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내게 나이가 있는데 3교대 근무가 힘들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다. 남편과 딸이 응원해주고 있는 덕분에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말한다. 나 같은 경력단절 간호사들을 교육시키고 취업까지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서 놀랍고 부럽다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의 정체성을 되찾아주고, 새 직장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도와준 서울권역센터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간호과장님과 수간호사님, 동료 간호사들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유휴간호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도전하라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48세인 나도 해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