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2-12 오전 11:12:55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개인적으로도 큰 영예이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가 잘하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에서 좋은 얘기를 들을 것이니까요."

　한국인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종욱 박사는 4일 보건복지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와 보건의료단체들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박사는 특히 "지난 1950∼60년대 우리나라는 WHO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으나 이제는 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 WHO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그 대안의 하나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WHO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WHO에는 한국인이 이 박사를 포함해 6명밖에 없다.

　이 박사는 WHO가 안고 있는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비대화를 줄이는 개혁작업에 착수하고 외부적으로는 에이즈 등 전 세계적 건강문제와 의약품 지적재산권 등 선진·개도국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HO 결핵관리국장 재직시 대북 의약품 지원사업을 펼쳤던 그는 "의약품 생산시설, 혈액관리시설을 건설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의료수준을 개선하는데 노력해 왔으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회원국의 모금이 최근들어 부진하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이 박사는 국내 보건의료와 관련, "의약분업 갈등은 선진국도 겪었던 진통이며 한국의 보건의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홍역퇴치사업이 세계 보건계에 화제가 됐을 만큼 전염병퇴치사업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박사는 WHO에 근무하면서 보람있었던 일로 한센병 책임자로 일할 때 목표로 세웠던 `인구 1만명당 환자 1명 이하'를 달성했던 일과 소아마비 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1990년 중국에서 환자가 연간 6000명 발생했으나 지금은 한명도 없게 된 일을 꼽았다.

　이 박사는 최근 각국에서 금연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가가 담배사업을 하면 당장은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겠지만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며 "한국도 정부가 나서서 금연운동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박사는 197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하와이대 유학을 마치고 남태평양 피지에서 한센병 자문관으로 WHO와 인연을 맺은 뒤 서태평양 질병예방국장, WHO 본부 백신사업국장·결핵관리국장 등을 거치며 20년간 세계보건의료발전에 공헌한 WHO의 산 증인이다.

백찬기 기자 ckbai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