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5-27 오전 09:41:36

　치료주권의 이동

　과거에는 의료인이 치료주권을 가지고 있어 환자는 수혜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치료결정권력이 환자로 옮겨졌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설명의무가 강조되고, 동의 받지 않는 치료는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환자주권주의로의 변화는 의사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으면서 간호사는 진료보조자로서 일방적인 지시감독을 받는 관계가 아닌 공동으로 환자의 치료에 협력하는 동등의 치료채무자로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의사의 지시감독에 대해서는 따라야 할 업무상 의무가 있으나, 이는 계급사회에서 서열에 따른 복종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역할분담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와 연주자가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관계라는 점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호사의 책임 증대

　역할의 변화는 간호사의 책임과 의무도 커지게 했다. 간호분쟁이 증가하고 법원 또한 간호사에게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간호사는 진료의 보조자에 불과하다'고 하여 핫백 화상 등 단순간호과실만을 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간당직간호사가 심근경색이나 급성폐렴 환자의 증상을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아 사망한 사건들에 대해 `임상경과를 관찰하지 않았다'고 해서 간호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는 등 간호사에게 독립적 환자관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또 주사해서는 아니 되는 마취약을 의사가 잘못 지시해 쇼크에 이른 사건에 대해 간호사가 그대로 주사했다는 이유로 `주사약이 잘못 처방된 것 같다고 묻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밖에 신생아의 우유역류나 정신질환자의 자살시도를 뒤늦게 발견해 사망케 한 사건에 대해서도 간호과실책임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금연지도나 침상안정지도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발생된 사고에 대해서 간호사의 설명의무위반책임을 묻고 있는데, 이때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점은 간호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결하고 있다.


　연구하고 교육받아야

　의료가 다원화, 고도화, 광역화, 조직화, IT화 되면서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간호사·의료기사·과학자·행정지원인력 등과의 협업이 필수가 됐다.

　최근 판례는 간호업무의 영역이 늘어나면서 진료와 간호업무의 영역 불확실로 인하여 무면허의료행위의 단속과 처벌이 늘고 있다. 임상에서 관행상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아서 하던 환자의 환부소독·처방전발행행위, 병원검진센터에서의 단독 검체채취행위, 피부박피술, 조산사의 질봉합행위 등이 무면허의료행위로 형사처벌되고 있다.

　간호사고가 관련된 의료판례는 전체의 50~70%에 이른다. 임상에서 간호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업화된 현대의료에서는 의사와의 수평적, 수직적 업무분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질병의 구조가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독거노인이 늘어 재택진료가 보편화되면 의료기관 내부에 종사하거나 호스피스센터, 가정간호센터 등 독립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책임은 더 커지게 된다.

　간호사는 바람직한 수준의 간호행위를 할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교육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사고로부터 환자가 보호되고, 간호분쟁이 줄면서 간호사 업무가 확장될 수 있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을 질 때만 자격이 주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