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4-23 오전 09:37:34

　올해도 병원은 새내기 간호사들의 재잘거림과 환한 웃음으로 활기가 넘친다. 풋풋한 그들을 보면 시간의 저편에 묻어두었던 지난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신규간호사 시절의 나처럼 그들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남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리라.

　돌이켜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기대는 절망을 동반하고 의욕은 낭패를 부르는 일이 허다했다. 때로는 환자와 보호자, 동료 간호사 또는 의사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경험하면서 주눅이 들었고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다.

　무시로 가해지는 마음의 상처나 예상치 못한 사고를 접하면서 “간호사의 길이 정말 천직일까?”라고 회의한 적이 또 몇 번이었던가. 그러나 수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선배와 후배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으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병든 생명들을 보며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새내기들에게 묵은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됐다. 선배들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좋은 멘토가 되어 그들이 낯선 환경에서 배제되지 않고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밀어주리라.

　간호현장에 둥지를 튼 새내기들이여! 여러분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머지않아 그대들도 자신이 선택한 일에 수없이 번민하고 회의를 품을 것이다. 이 번민과 회의는 여러분이 참다운 간호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의례임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위험하기 짝이 없듯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한다면 조직 내에서 그대들의 위상과 신뢰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 무엇보다 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간절한 눈빛으로 구원의 손길을 갈구하는 병든 환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간호사들이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고, 마음에 평안을 가져올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최경숙(한동대 선린병원 수간호사)